박길홍 주필/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정부·여당이 의료민영화에 흑심이 없다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여당은 의료가 빠지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의미가 없다며 한사코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이란 3차산업을 일컫는 말로서 여기에는 1, 2차 산업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유통산업, 도소매 및 요식업·숙박업, 사회 및 개인 서비스업, 부동산 및 용역업, 금융산업,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 운수 및 통신업 등이 있다.

의료는 이 중 아주 작은 한 부분일 뿐이다. 더욱이 의료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없이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술과 세계 최고의 사회적 의료보장제도를 구축하고 있는데 왜 굳이 이 법이 필요한가? 이 법이 있으면 의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을 좀 해달라.

이와 관련 정부·여당의 주장은 “우선 입법을 통해 전 주기에 걸친 환자 안심 서비스 제공 및 시장 건전화가 가능하고, 배상보험 가입을 통해 환자와 병원 간 신뢰가 구축되어 안심진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프로젝트 수행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즉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한 의료기술을 가진 의료기관들의 해외진출 프로젝트에 대해 정책금융, 무역보험 등의 지원이 가능하게 되어 의료분야 수출 활성화와 병원경영 다각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항·항만 등에서 외국어 광고를 허용해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료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신규 의료관광객 유입을 도모하고, 입국 전이나 출국 이후 외국인환자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를 통해 한국만의 차별화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만족도를 더욱 높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현재 거의 모두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실행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즉 우리 국민 말고도 해외동포들도 모두 저렴한 안심 서비스에 만족하며 국내 병원을 찾고 있다.

지금도 실비생명보험이 있다. 배상보험은 필요하면 보험회사가 만들어 들고 싶은 사람은 들면 된다. 우수 의료인과 의료기간의 해외진출 프로젝트에 정책금융, 무역보험 등을 지원할 의지가 있으면 그냥 지원하면 된다.

공항·항만 등에 외국어 광고를 허용하여 외국인들에게 한국의료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싶으면 광고를 허용하면 된다. 외국인환자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는 지금도 하고 있다. 이 모두 그냥 시행하면 되거나 현행 법·제도 하에서도 하위법령인 실행령으로 정하면 실행 가능한 내용들이다.

그럼 정부·여당은 왜 의료를 핑계로 서비스산업발전법의 통과를 미루고 있는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현재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에 영리법인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의료 영리화’로 재벌을 비롯한 보수우파 슈퍼부자들에게 의료시장의 수익금을 몽땅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야당과 의료계는 의료 공공성의 파괴 우려로 ‘의료 영리화’를 줄곧 반대해 왔다. 지금은 의료법인이 비영리법인이어서 수익을 모두 병원에 재투자해야 하므로 투자자가 수익금을 몽땅 가져 갈 수 없다. 하지만 영리법인이 되면 수익금을 투자자가 몽땅 가져가게 된다. 즉 이제까지와는 달리 투자자가 수익금을 가져가므로 어떤 과정을 거치든 그만큼 진료비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의료보험제도가 건재하므로 국민의료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한다. 이것도 완전 거짓말이다. 투자자가 의사에게 수익성 위주의 진료를 강요하므로 비싼 비보험 환자는 VIP 대우를 받고 싸구려 보험환자는 천대 받아서 진료 받으려면 줄서서 기다려야 할 것이다.

고용인에 불과한 의사가 쫓겨나지 않으려면 주인인 투자자의 의사를 거역할 수 없다. 실제 미국이 그렇다. 미국은 영리의료법인제도이다. 그런데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제도는 따로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진료를 받으려면 수주에서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실제 충치 하나가 있는데 반년을 치료를 못 받아서 사망한 저소득층 아이도 있었다.

이런 흑심을 감추고 야당이 ‘묻지마 반대’를 하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고 모략을 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은 의료를 제외하고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따라서 그냥 서비스산업 중 극히 일부인 의료분야만 빼고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그리고 의료는 국민건강을 위하여 추후 따로 논의하면 된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의료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며 법안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욱 뻔뻔스러운 행태는 자신들의 무능이 초래한 경제 실패의 책임을 야당에 뒤집어씌우고 있다. 즉 야당이 경제활성화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 등 3개 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기 때문에 민생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올해 10월 말까지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경제활성화 법안 30건 중 이미 25건을 함께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경제가 살아나기는커녕 내수침체는 갈수록 최악이어서 바닥이 어디인지 안 보이고 수출 역시 감소일로인데 전망은 더 어둡다.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각각 임기 초 터진 초대형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의 위기적 돌발사태가 터진 것도 아닌데 더욱이 옆 나라 일본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미국 역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나 홀로 경제위기라는 것은 결국 경제팀이 무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즉 국가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정책적 역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야당이 제안한 진짜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여당의 ‘묻지마 반대’로 지금 상임위 어딘가에 내버려져 먼지만 쌓이고 있다. 내수는 수출과 함께 경제활성화와 성장의 두 축 중 하나이다. 내수가 살려면 서민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산수의 문제이다. 따라서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이 경제활성화 개혁 법안들을 발의하였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보수우파의 부의 독점에 도움이 안 될 듯하면 무작정 ‘좌파 포퓰리즘’이라며 ‘묻지마 반대’를 한다. 이 법안들은 중산층 복원을 위한 법안들이다. 즉 중소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보호를 위하여 재벌·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과 간접고용·비정규직 양산을 방지하는 대리점거래공정화법, 유통산업발전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간접고용노동자고용승계법 등 15건과 최저임금법 등이다. 여당은 이 법안들을 중산층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검토해야 한다.

정부·여당의 경제팀은 매우 깊은 반성과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매우 실망스럽고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것은 경제위기의 핑계거리를 찾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야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처리해주지 않아서 경제가 침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주장하며 박 대통령도 경제활성화 법안 3건의 통과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애들이 봐도 엉터리 논리임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보수우파 정부의 속셈은 3차 산업에서 보수우파 부자들이 아직 점령하지 못한 마지막 보루인 의료를 보수우파 부자들에게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국가경제의 위기마저도 보수우파 부자들에게 이권을 더욱 몰아주기 위하여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든 말든 의료·교육과 같이 범국민적 공공성이 큰 분야에 대해서는 재벌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이해관계자보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이상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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