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홍 주필/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관 실험실에서 지난 10월 19일 폐렴이 처음 발생한 후 3주가 지났으나 아직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실험실 감염질환으로 가장 흔한 브루셀라와 Q열도 아직 음성으로 나오고 화학물질을 의심하였으나 원인 물질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진균(곰팡이) 감염에 의한 폐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따라서 미국 질병관리본부인 CDC(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연구결과에 의거하여 진균성 폐렴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어떤 사람이 진균감염에 걸리는가? 주로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에 걸리지만 건강한 사람도 걸린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피부, 손톱, 질 등에서 감염증은 흔하다.

진균은 우리 환경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매일 진균 포자를 흡입하거나 접촉하지만 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데 이를 기회감염(opportunistic infection)이라 한다.

면역기능 저하는 선천적일 수도 있고, 후천적으로는 HIV/AIDS(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스테로이드 복용(corticosteroids), 항암제 투여 등으로 유발된다.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면 진균 감염에 쉽게 걸릴 수 있다.

진균성 폐렴은 중증으로 이환될 수도 있는데,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방문한 사람에서 걸릴 수 있는 계곡열(Valley fever)과 히스토플라스마증(histoplasmosis) 등이다.

진균성 폐렴 중 뉴모시스티스성 폐렴(Pneumocystis pneumonia, PCP)은 가장 중증을 나타낸다. PCP는 HIV/AIDS 등 면역기능저하 환자에서 가장 많은 기회감염 중 하나이다.

CDC에는 진균질환 전담부서인 MDB(Mycotic Diseases Branch)가 있다. 여기에는 역학팀(Epidemiology Team), 검사팀(Lab Service Team), 연구팀(Lab Research Team)이 있다. 이곳에서는 미국과 전 세계의 진균감염을 예방하고 관리한다. 역학조사와 세균생물학적 연구를 통하여 진단, 치료, 예방과 방역대책을 향상시키고 있다.

현재 의료계와 공공건강관리에서 진균 질환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암, 장기이식, HIV/AIDS 등으로 면역기능저하 환자가 증가하여 효모균증(cryptococcosis)과 아스페르길루스증(aspergillosis)을 비롯한 기회감염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의술 발전에 따라 약제 내성을 갖는 새로운 균주가 의료기관에서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병원 감염에 의한 칸디다혈증(candidemia) 등 진균혈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셋째, 기후변화가 일부 진균감염의 빈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연계의 주로 흙 속에 사는 콕시디오이데스 진균증(coccidioidomycosis, 계곡열)과 히스토플라스마증(histoplasmosis)이다.

건국대에서 원인 미상의 감염 환자가 55명이 발생하였다. 현재 진균성 폐렴도 가능한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진균성 폐렴은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에서 주로 걸리므로, 55명이나 발병하였는데 한 명의 결핵환자를 빼고는 모두 평소 건강하고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진균감염일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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