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체계도 전문인력도 아직 까마득

박길홍 주필/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올 봄 메르스(MERS) 공포 이후 107일 만에 메르스 환자 사망자가 또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을 초기방역의 실패로 꼽았는데 이런 상황에 또 다시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찾아왔다.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실험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지난달 19일부터 집단으로 발생한지 3주가 되었는데도 아직 원인불명 상태여서 또 다시 ‘보건안전 체계’의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이번 폐렴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소로 인한 가장 흔한 인수공통전염병이자 실험실 전염으로 가장 흔한 전염병인 브루셀라(brucellosis)와 큐열(Q fever)인데 혈액검사 결과 아직까지 모두 음성이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는 화학물질이나 중금속, 분진(미세한 고체입자) 등도 의심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브루셀라와 큐열의 경우 혈액, 골수, 체액에서 균을 배양해서 확인해야 확진된다. 혈청검사는 브루셀라의 경우 증상 발현 후 1주일 내 1차 항체검사를 시행하고, 2차 검사를 2~4주 내 시행하여 1차 검사보다 항체역가가 수배 증가해야 확진된다.

큐열의 경우 증상 발현 후 7~10일이 지나야 항체검사가 양성으로 나타난다. 혈액 유전자검사로 확진이 가능하나 이 역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두 질환 모두 증상과 행적 추적만으로 진단 후 조기 치료해야 예후가 좋다.

증상만으로는 큐열에 가장 가깝다. 소, 양, 염소 등의 체액, 대소변으로부터 원인균인 콕시엘라 버네티(Coxiella burnetii)가 감염되면 2~3주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자 중 반은 증상이 없고 나머지는 고열, 두통, 근육통, 무기력, 오한, 기침, 흉통, 복통, 구토, 설사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며 일부는 폐렴, 간염 등 중증으로 이환한다. 치사율은 2% 이하이다.

하지만 환자 중 5%가 만성으로 이환하여 주로 심내막염(endocarditis)이 되는데 이 질환은 치사율이 25~60%이다. 브루셀라도 증상이 유사하나 폐렴과 소화기 증상이 없다.

큐열은 증상이 다양하여 진단이 어려우므로 증상 발현 후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는 큐열과 브루셀라 모두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항생제 투여다.

건국대 폐렴이 발생 후 3주가 지날 때까지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 방역체계와 전문인력이 덜 구축되었다는 뜻이다. 메르스 사태 후 환자 동선 및 접촉자 추적 역학조사 시스템은 잘 구축했다.

하지만 현재는 질병관리본부의 시스템이 왜소하고 콘텐츠가 빈약해서 모든 가능한 인수공통전염병을 신속히 일사불란하게 규명할 수 있는 검사 프로토콜(protocol)과 시스템이 없다. 즉 모든 감염질환별 검사방법, 감염경로, 예방, 치료 등의 자료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질병관리본부의 인사권과 예산권이 독립되어 있지 않아서 전문성이 덜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모든 감염병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에 대한 근본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하기 위해 조직, 인력,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방역대책으로 전국적 상시 전염병 감시체계를 구축하여 환자, 접촉자 행적추적과 철저한 관리 및 정보공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격리는 기관격리가 원칙이고, 자가관리는 반드시 정부가 현장실사로 주거환경이 방역 및 개인예방보호(접촉감염 및 공기감염 위생 등) 여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 

인수공통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개인보호위생조치가 체질화되어야 한다. 야외, 수풀, 동물원에 갈 때 특히 농장, 도축장, 정육점, 수의사, 사냥꾼 등 감염 고위험군은 마스크, 긴소매, 긴바지, 고무장갑, 고글, 방충제, 손씻기 등 개인보호예방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고 잘 익힌 고기와 멸균된 우유를 마셔야 한다.

다음 애완동물은 반드시 수의사에게 정기검진을 시키고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리고 ‘4P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Pick up Pet Poop Promptly’이다. 즉 애완동물의 대소변은 즉시 안전한 곳에 처리하고 직접 손으로 만지지 말며 처리 후 반드시 손을 세척제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지켜야 한다. 인수공통전염병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5 세계 결핵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당 86명으로 OECD 1위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