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진성만.
【서울=뉴시스헬스】고선윤 논설위원 =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에게 다정하게 다가와 환하게 웃고 말을 건넸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대통령을 꿈에서 보다니 분명 좋은 일이 있을 징조라 복권을 사야하나 고민하다 한나절이 지났다. 꿈의 효험이 없어지기 전에 뭔가는 해야지 하면서 저녁 모임에 나갔다.

오늘 밤은 반가운 사람들의 모임이다. 20년 하고도 훨씬 전에 지미필름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이장호 감독의 ‘명자 아키코 쏘냐’를 촬영한다고 김지미, 김명곤, 이혜영, 이영화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을 따라 사할린이니 북해도니 따라다녔다. 이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지금도 간혹 만난다. 긴 시간 나는 두 아이가 엄마가 되었고, 당시 같이 있었던 배우와 스태프들도 많이 변했다. 그래도 우리는 항상 그 시절의 자유로운 그 웃음을 기억하면서 서로의 얼굴의 주름을 찾지 못한다.

오늘은 지미필름의 대표이셨던 쟈니브라더스의 멤버 진성만, 머리가 하얘도 여전히 멋진 촬영감독 구중모, 나와 마찬가지로 두 아이의 엄마로 자식바보가 된 영화배우 이혜영, 지미필름의 살림을 도맡았던 이미현 이렇게 단출한 만남이었다.

먹고 마시고 웃으면서 근간의 이야기를 하는데, 진성만 대표께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지금 말하기는 그렇고, 잘 되면 말하겠다”면서 말을 아끼신다. 궁금하기도 하고, 잘 되어서 우리 모임이 더 즐거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 꿈 팔까요”라고 엉뚱한 말을 던졌다. 지난밤  대통령을 봤는데, 이 꿈을 가지시면 분명 일이 잘 될 거라고 흥정을 했고, 대표님은 덥석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고는 사겠다고 하신다.

가수 진성만이 스태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종로 김선생사진관)

이야기는 김유신의 누이동생 보희가 동생 문희에게 꿈을 판 ‘보희 설화’로 옮겨갔다. 서산에서 방뇨하고 장안이 온통 오줌에 잠길 정도로 임팩트하고 스펙터클해야지, 이 정도의 꿈으로 만원을 받는 건 비싸다니 어쩌니 말이 많다. 발음이 꼬이는 외국어 단어는 모르겠고 복권으로 만원을 벌기보다는 확률적으로 확실한 만원을 나는 얼른 챙겼다.

그리고 수일 후 ‘고 박사 대박 꿈으로 내 꿈이 이루어졌네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현실이 되었다는 거다. 오는 11월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호텔에 마련한 ‘평소에 김지미와 진성만을 아껴 주던 고마운 분들과 저녁 한 끼 먹는 자리’가 바로 그거다.

우리 만남에서 간혹 불러주시는 추억의 올드 팝을 스탠다드 팝과 재즈 형식으로 들려주신단다. '아름다워라' 등 신곡도 선보일 예정이고, 전성기 시절 불렀던 그 노래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신다. “회장에는 피아노가 있겠지요”라는 말에 “당연하지”라고 답하신다. 진성만 대표님이 피아노를 치시면서 부르는 노래는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환상의 시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믿는다.

 
“내 생애 마지막이라고 하지 않겠지만, 여하튼 첫 단독 콘서트이다”는 말에 진 대표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조용하지만 오랫동안 간직한 뜨거운 열정의 분출 같은 것을 느낀 건 나 만일까. 항상 따뜻한 미소, 반듯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멋진 신사 진성만 대표께서 가수 진성만의 모습을 피로하려고 한다. 

그나저나 이제부터 초대장도 만들고 연락도 해야 한다. 브로슈어를 만들려면 사진도 찍어야하고 어제의 동지가 다시 뭉쳐서 준비할 일이 태산이다. 꿈을 팔았으니 AS는 확실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두 팔을 걷고 오늘부터 AS사업 시작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이리 즐거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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