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자지역 전쟁의 인명피해를 다룬 란셋의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최대 병원인 알 시파 병원에서는 침상 585개가 이스라엘이 공격을 개시한지 첫 주만에 모두 가득 찼으며, 또 부상자들의 상처가 부패되지 않기 위해서는 병원용 냉동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또 란셋은 사설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됐다”며 “이는 전쟁 중 민간인은 보호돼야 한다는 제네바 협정 4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란셋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지난 12일까지 어린이(18세 이하) 292명과 여성 75명이 사망했고, 어린이 1497명과 여성 626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으며, 팔레스타인 인권센터는 지난 14일까지 어린이 225명(17세 이하)과 여성 70명이 사망했다며 보건당국보다 조금 낮게 집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 시파 병원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노르웨이 의료진 마스 길베르트와 에릭 포세는 가자지역의 현 상황에 대해 “악몽 같다”고 전했다. 20년 전에도 가자지구를 비롯한 다른 전쟁 지역에서 의료 활동을 펼쳤던 길베르트와 포세는 구랍 31일 가자지구에서 의료 활동을 시작한 이래 “연령과 성별을 불문한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상 최악의 전쟁을 목격했다”고 보고서에 밝혔다.
길베르트와 포세는 또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지 2주만에 총 350번 이상의 수술을 집도했으며, 환자들은 모두 전쟁으로 인한 부상자들이었다. 각 수술실에는 하나의 테이블과 조명 몇 개가 있지만 이 조차도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조명이 필요할 땐 휴대폰 불빛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이래 전력 시설이 손상되면서 가자지역 대부분에서는 전기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병원 조차 전기발전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길베르트와 포세는 “그간 시행해 온 수술 유형을 분석한 자료는 없으나 대부분 절단수술이었으며, 병원에서 죽거나 부상한 사람들은 대부분 민간인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갈 팔모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길베르트 의사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길베르트 의사는 급진주의자로 이스라엘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인물로 유명하며, 그의 이야기가 단테의 상상에는 도움 될지 몰라도, 현실과는 한참 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같이 이스라엘 군 관계자들은 현재 군인 생포나 사살을 방지하는 전쟁 규약이 느슨해졌다는데 대해 인정하면서도, “하마스 무장세력이 민간인 옷을 입고 전쟁에 임하는가 하면 학교나 사원, 또는 주민들이 밀집해있는 주거지에서 전투를 벌여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보내각에 참여하는 각료인 이삭 호르조그 복지장관은 란셋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이스라엘은 전쟁중 가자지역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락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갈 팔모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 역시 란셋에 언급된 한 의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지독한 거짓말을 퍼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주 발표한 성명에서 가자지구 내 보건 상황에 대해 “파탄의 절정”이라고 규정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대변인인 폴 가우드는 “가자 보건당국의 수치가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의료진들의 주장에 근거해 볼 때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니세프 역시 가자지구의 상황에 대해 “비극적이고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