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을지병원은 기피진료과인 소아과와 산부인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기 위해 지금까지 수년간 월 1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병원은 지난 20일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들의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전공의의 동의나 이해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
서울을지병원의 한 전공의는 "병원이 수년간 지원금을 지급해왔고, 올 초에도 전공의를 모집하면서 100만원 지원금을 명시했었다"며 "삭감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당 전공의 뿐 아니라 전 직원에게 통보메일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이메일을 받자 전공의들은 지난 20일 병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지원금 삭감 통보에 반발했다.
당시 을지병원 관계자는 "삭감 통보 메일은 담당 직원이 실수로 발송한 것"이라며 "삭감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며 앞으로 전공의들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병원은 급여 지급일인 24일 지원금을 삭감하고 임금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한 전공의는 "병원에서는 전공의 기간이 끝날 때까지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원칙대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서울을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과 협의했지만 이미 올해 기피진료과 전공의 정원이 채워졌기 때문에 지원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지원금 지급이 다른 진료과와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공의는 "병원에 1~2년차 전공의만이라도 지원금을 지급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당직비 개선은커녕 지원금까지 삭감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을지병원은 14시간 근무하는 전공의에게 당직비 5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전공의 처우개선을 주장하고 있는데다 전공의 인권 개선을 위한 '전공의특별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을지병원의 일방적인 전공의 지원금 삭감통보는 이런 흐름에 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지난달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공청회에서 '전공의특별법' 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법안에는 현재 주당 88시간인 전공의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64시간으로 단축하고, 부당한 대우를 신고한 전공의에 불리한 조치를 취한 수련기관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이르면 6월경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