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선우 '국내 1호' 헬스 큐레이터

▲ 지난 10일 뉴시스헬스를 방문한 김선우씨가 '헬스 큐레이터(Health Curator)'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경찬 기자 krismin@newsin.co.kr
헬스 트레이너에게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하체 운동 '스쾃(squat)'을 매일 100개씩 하라고 배운 A씨는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못 가 병원 신세를 졌다. 발목과 골반 등 고관절이 약한 A씨에게 스쾃은 오히려 연골에 무리한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2년간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유도선수를 하다 미국 유타주립대학교에서 운동생리학(Exercise physiology) 박사를 수료한 김선우 헬스 큐레이터(36)는 지난 10일 뉴시스헬스를 방문해 요즘 유행하는 트레이닝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개인의 몸 상태나 지병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운동법은 다이어트는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애플힙'이나 '꿀벅지', '초콜릿 복근' 등 몸매만을 내세우는 트레이닝이 만연하고, 모든 운동이 소위 '근육짱'에 맞춰져 있습니다. 트레이너는 남의 몸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을 관리해주는 사람인데,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옥훈련을 시키곤 해요. 통풍환자에게는 단백질을 제한해야 하는데, 트레이너가 단백질 음료를 과다하게 먹여서 고소를 당한 적도 있는 걸 보면 안타까워요."

유학 도중 그는 미국의 헬스클럽 시스템에 문화충격을 받았다. 전문 의료진과 영양사가 1대1 트레이닝을 신청한 회원의 지병ㆍ건강 상태를 체크해 운동법과 식단을 짜주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었다. '헬스 큐레이터(Health Curator)'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영향을 받았다.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식이장애는 심리적인 부분이 큰데, 그냥 무턱대고 운동만 가르치거나 음식을 조절하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박물관 큐레이터가 소장품을 연구ㆍ관리하고 전시를 기획하듯이, 재활 트레이닝을 병행한 운동과 심리치료, 영양 등 세 가지 부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헬스 큐레이터는 제가 국내 1호일 걸요."

보통 헬스클럽에 등록하면 체성분분석기(인바디)로 체지방과 근육량 등을 측정하지만, 김선우 헬스 큐레이터는 인바디 측정에 앞서 골반이 얼마나 틀어졌는지, 척추측만증이 있는지 등 개인의 생활습관에 따른 몸을 측정한다. 어깨나 골반의 균형만 잡혀도 살을 빼는 데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비틀어진 골반을 바로잡고 골반 안쪽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스트레칭 자세. 양 무릎을 번갈아 가며 교차해 상체를 숙인다.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 골반 관절이 약해져 자궁노화가 함께 진행됩니다. 골반이 틀어지면 하체 부종이나 허리디스크도 생길 수 있어서 자주 골반 스트레칭을 해주면 좋아요. 양 무릎을 포개 다리를 꼬은 후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호흡을 길게 해주면 척추도 펴지고 골반 안쪽 근육이 강화됩니다."

그는 봄에 '춘곤증'이 흔한 이유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몸이 잠을 끌어다 쓰는 거라고 말했다. 피로를 해소하고자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곤 하는데, 봄철 무리한 운동은 더 피로를 쌓이게 할 수 있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말은 정말 핑계예요. 운동은 큰마음 먹고 해야 할 또 다른 업무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해야만 하는 숙제입니다. 일주일에 최소 2시간은 해야 하지만, 달리기 등 강한 운동보다는 점심 후 직장 동료와 배드민턴을 치거나 몸을 활용하는 레크리에이션 게임 등 간단한 운동만으로도 건강을 관리할 수 있어요."

TV 보면서 밴드나 맨손을 이용해 간단한 근력운동을 하고, 공원에서 빠르게 걷기 30분을 생활화하는 그녀는 굳이 헬스클럽에 가서 무거운 아령을 들지 않는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과 식습관을 지키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방송을 보면 '몸짱'인 트레이너들이 수두룩하고, 우리는 그들의 몸매만 보고 '멋지다', '똑같이 되고 싶다'고 판단해 버리죠. 그러나 모든 사람이 성격과 체질이 다르듯, 몸을 만드는 방식도 달라야 합니다. 올바른 교육을 받은 제2, 제3의 헬스 큐레이터를 양성하면 건강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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