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체전 성화봉송행사에 참여한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소속 대학생들
IMF로 쫄딱 망했다. 이 행성에서 돈 없는 것은 죄악이다. 아니 돈 없어 사회적인 요구에 따르지 못하면 곧장 죄인이 된다.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 서삼릉의 숲으로 유배되었다. 그 숲에서 만난 것이 말이다. 보자마자 말에게 반했다. 나는 돈이 없었으니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으로 승마를 하고 싶었다. 당시 경마 기수이셨다가 불의의 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신 원흥목장의 故 강석태 원장님께서 나를 불렀다.

“김 대장은 보이스카우트 체험교육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오시니, 그냥 무료로 말을 타시라.”
 
그럴 수는 없지. 공짜는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매일 오전 6시 보이스카우트 훈련원에서 목장으로 걸어서 출근, 마방 8개를 치우며 말을 배웠다. 사업 망해 숲으로 흘러들어간 가여운 나. 그리고 말에 대한 열정을 좋게 보아 주신 분들 덕분에 처음으로 기마국토대장정을 했다. 서울에서 1번 국도를 따라 목포, 제주도 오라지구까지 약 490km에 이르는 진짜 대장정이었다.

그리고 2006년부터 준비하여 2007년 11월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승마교실’을 개발하고 보급했다. 승마에 관련된 특허를 3개 냈고, 그 특허들을 현장에 적용했다. 서울 시내 40여개 학교에 승마를 보급했고, 매주 1200~1600명의 초중고생들에게 승마를 지도했다. 서울 강동구의 장애 어린이 35명에게도 8년간 매주 화요일 재활승마를 했다.

덕분에 나는 TV 방송에 50여회, 신문에 400여회 소개되는 등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나는 온갖 소문과 모함에 시달리게 되었다. 승마대중화의 횃불로 생각하고 14회 실시했던 기마국토대장정은 외부로부터 수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서 횡령했다는 고소를 당했다. 당연히 사실무근이다. 어떤 이가, 어떤 기업이 대학생 동아리 행사에 수억 원을 지원하겠는가? 기마국토대장정이 동물 학대라며 전화로 항의했던 어떤 아주머니는 오히려 순진한 분이었다.

찾아가는 승마교실로 상대방 업체는 각 학교에 음해성 투서를 보냈고, 학교 설명회에서 상대방 업체가 하도 내 욕을 해대자 "자신의 특장점이 아닌 남을 욕하고 폄하하는 이런 단체들과는 계약할 수 없어요. 승마는 아직 학교에 들어 올 준비가 안 되었네요"라는 차마 얼굴 들기 어려운 거절의 말씀도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들어야 했다.

M&A로 회사를 키워 전국으로, 나아가 중국 대륙 진출을 하자던 동업자는 신용불량자로 밝혀졌고, 그는 차명으로 몇 개의 회사를 운영하며 승마사업을 부동산 투자의 일환으로만 여겼다. 내게 말차와 장비를 사 가고는, 국세를 내지 못해 사업자등록증도 내지 못하는 스스로의 실수임에도, 학교 영업을 빌미로 고소를 했다. 모두 내 부덕의 소치다. 어쩌면 이토록 한결같이 지저분하고 허상뿐인 인물들이 그리도 꾸준히 내게 들러붙었을까? 

▲ 정조대왕 수원행궁 행사에 참여 중인 기마단
내가 하는 찾아가는 승마교실을 자세히 보고, 발표의 기회를 주고 직접 교육현장까지 찾아와 면밀하게 연구를 하신 경기도 의원 몇 분의 도움으로 ‘경기도 찾아가는 승마교실’이 열렸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고마운 지원인데다 경기도 승마대중화 절호의 기회라 최선을 다했다. 노력한 보람인지, 대상 학교의 선호도 조사에서 1등을 했다.

지원 대상 시도에서는 내가 노력한 것을 알아주고 2015년도에도 다시 기회를 주시려고 예산을 늘렸다. 그러나 2014년도에 지원했던 지역에서는 시의원들이 ‘위화감이 조성된다’, ‘아직 승마는 시기상조다’ 등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워 도의 지원사업을 거절했다.

이후 타 지역으로 지원사업이 옮겨갔다. 처음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관계 공무원이 무척 반겼다. 그러나 '자기 지역 관내사업을 우선으로 한다'라며 나에게 일부만 실시하라고 했을 때, 나는 그대로 믿었다. 곧 그 관내 승마장에서 연락이 왔다. 경험도 인력도 말도 말 운송 차량도 없는 승마장이었다. ‘찾아가는 승마교실’의 준비가 전무한 승마장이었다. 그 승마장으로 계약하고 나더러 하청을 하라는 것이다. 처음엔 무슨 잠꼬대인가 했다.

그러나 3월이 되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일의 의도가 명백해졌다. 진짜로 그 시의 관내 승마장이 일부 비용을 떼고 내게 하청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 지역 공무원은 안면을 싹 바꾸었다. “저는 별로 드릴 말씀이 없고요. 일부 진행하라는 말도 결정된 것은 아니었고요. 앞으로 이런 전화하지 마세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면 모함 받고, 고소당하고, 따돌림 받는다. 승마교육도 교육이다. 엄연히 기준이 있어야 한다. 단 한 건의 큰 사고는 승마교육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승마교육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승마 안전이나 대중화나 교육의 보람,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

이래서 나는 당분간 승마 사업을 접는다. 그들과 똑같이 살기는 싫다. 하지만 똑같이 하지 않으면 달리 방법도 없다. 나는 제대로 된 승마교육을 하며 보람을 찾고 싶었지만 이 사회는 나를 냉정히 거절한다. “이런 전화는 하지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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