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헬스가 개최한 재활승마행사에서 장애아동을 돌보는 청각장애인 축구선수
초청장을 보았다. 재활승마에 관한 모임이 있다는 것이다. 참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이런 것이 단 한 번도 내게 직접 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중간의 어떤 분에 의해 누군가가 어디어디서 승마에 관한 모임이 있다는 소식이 어쩌다 전해지는 것이다.

나는 2001년부터 재활승마를 해 왔다. 처음엔 봉사 목적으로 1년에 4회 정도 자원 봉사자들과 재활승마를 했다. 그러다 차츰 이름이 알려지자,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등과 함께 800~1200명에게 2박 3일간 재활승마 체험을 하게 해주는 아구노리(전국 장애청소년 야영대회)행사 등도 개최했다. 물론 이 모든 행사들의 승마분야를 기획하고 기록했다,

2008년부터는 서울시 강동구 장애어린이들 30~40명에게 매주 화요일 재활승마를 실시했다. 그렇게 8년을 했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었다. 처음 재활승마를 할 때 인터넷 등으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아만다는 재활승마를 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 지기 시작했어요.’라는 개요만 있었지, 어떤 장애아동에게 어떤 훈련을 시켰더니, 어떤 점이 좋아졌더라 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은 없었다.

그래서 일일이 방법을 만들고 자료를 작성했다. 장애아동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마필을 훈련시켰고, 장애아동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했다. 아동 하나하나의 변화를 기록했고, 매번 훈련일지를 기록했다. 당연히 말들에 관한 훈련과 기록 관리자들에 대한 내용, 각 재활훈련시의 사진도 세밀하게 남겼다. 재활승마를 실시하는 누구라도 어느 단체라도 이렇게 해야 할 것이다. 년 48주간에 걸친 자세한 커리큘럼과 재활승마 방법도 작성했다.

대한민국에 매주 35~48명씩 일 년에 40~48회, 연인원 1400~1920명씩 꾸준하게 8년 동안 재활승마를 실시해오고 면밀하게 기록한 단체가 있을까? 게다가 아구노리 등 한 번에 수백, 수천 명씩 재활승마체험을 한 곳은? 2년 전부터는 홀트학교에서 매년 4회 매번 수백 명의 재활승마 체험 행사도 뉴시스헬스와 함께 개최해 왔다.

초대도 안했지만 가끔 재활승마 학회나 모임에 가보았다. 신기한 것은 실제로 말을 기르거나 현장에서 재활승마를 실시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대개 어느 대학 교수님들, 어느 학회 회원들이 이론적인 자료만을 발표한다. 실제로 말을 타본 적도 없거나, 말을 기르지 않거나, 일 년에 한두 번 재활승마 행사를 하신 분들이 그 경험으로 재활승마에 대한 학술 발표를 한다. 재활승마가 그렇게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쉬운 일일까?

▲ 한겨울 눈을 맞으며 재활승마를 하는 장애어린이
재활승마란 말의 훈련에서부터 재활승마교관과 봉사인원에 대한 철저한 안전교육과 목표 의식 고취, 면밀한 사전준비와 기록 관리가 필요하다. 게다가 재활아동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장애아동들의 학부모님이나 보호자들의 심리 변화와 관리도 함께 따라 주어야 한다. 재활승마는 재활 승마를 받는 장애아동 들뿐만 아니라 재활승마용 말, 재활승마 봉사인원, 장애아동, 장애아동의 부모나 보호자들까지 함께 아우르는 활동이다.

지금도 전국에서 많은 승마인들과 승마장 원장님들이 재활승마를 하고 있다. 그분들도 역시 재활승마 불모지에서 스스로 경험을 쌓고 자료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 풍부한 현장경험과 땀과 노력의 결실들은 실제 재활승마 정부정책이나 계획에 포함되고 있는 것일까? 내겐 지난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질문을 제대로 해주신 전문가 분들이 없었다. 실제로 승마장을 경영하지도, 재활승마를 꾸준히 해오지도 않은, 재활승마 전문가들은 어떤 분들일까? 책에서 배운 재활승마가 현장에서 안전하게 효과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까? 

‘전문가 없는 전문가 모임.’ 지금 재활승마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아마 국가 예산이나 연구 용역이 이런 모임을 통해 실제 재활승마가 필요한 장애인들의 피부엔 닿지도 못하고 증발되고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모임인데도 실제 현장 경험 풍부한 전문가는 없는 협회, 학회, 세미나가 열리는 이런 일들이 과연 승마나 재활승마 분야에서만 비일비재한 것일까? 만약 이런 ‘전문가 없는 전문가 모임’이 국방 무기 분야나 핵 원자력 분야, 전문 우주 항공 분야 등에도 벌어진다면 정말 큰일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나 경제는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리 장밋빛이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전문가 없는 전문가 모임’들 때문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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