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듯 출발을 알리는 공기총이 발포되자 1만2000여 명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시계를 보며 초를 재기 시작한다. 서울경찰악대(악대장 하만진)는 신나는 북소리와 함께 아리랑을 행진곡으로 편곡해 마라톤 주자들의 출발을 응원했다.
풀코스, 32km 코스, 하프 코스, 10km 코스 등 4개 종목으로 나뉜 참가자들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을 출발해 양화대교, 동작대교, 암사대교, 양재 시민의 숲 등 한강 둔치를 따라 최대 여의도 반환점까지 달리며 서울의 다양한 풍경을 느꼈다.
서울 영등포에서 온 김모 씨는 운동화 끈에 부착한 기록계를 다시 확인하고, 세탁소에서 쓰는 비닐봉지를 몸에 걸쳤다. 비옷을 걸치거나 슈퍼에서 주는 비닐봉지를 상체에 뒤집어쓴 사람도 있다. 한강 둔치를 돌 때 불어오는 강바람에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무릎, 발목에 근육 테이핑을 붙이고 준비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라톤 도중 근육을 이완시키고 피로를 줄여주기 위해 붙였다고 한다.
줄지어 늘어서 있는 천막들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다양한 동호회들의 이름표들이 붙어 있었다.
시 쓰는 모임에서 참가한 듯한 느낌을 주는 마라톤 클럽 '하늘과 노을'은 지난 2002년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이름을 본떠 지었다. 동호회 이름과는 상관없이 실력이 뛰어난 주자들이 많다고 한다.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리(里)로 환산한 동호회 '105리 마라톤'부터 '고인돌과 꽃사슴', '달리는 물개들', '복분자', '수학강사연구모임' 등 개성 넘치는 이름이 많다.

영국의 제세동기 회사 하트사인(Heartsine)의 자동 심장충격기를 총판하는 ㈜헬스앤드림 관계자는 "마라톤 때 심장정지로 돌아가신 분이 있다고 들었다"며 "안전요원들에게 미리 교육을 해놨으니 안심하고 경기에 임하시라"고 말했다. 직접 심장제세동기를 사용해 보고 심폐소생술을 배워볼 수 있도록 골인 지점 바로 앞에 체험부스도 마련했다.
마라톤 주자들의 속도를 조절하는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들은 머리 위에 오색빛깔 풍선을 매달았다.
약국 표시가 그려진 풍선의 페이스메이커는 "가방 안에 상비약 등이 들어있다. 마라톤 주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보람차다"고 전했다.
한편 시각장애인 최초로 풀코스 200회에 도전하는 드림써브쓰리 마라톤 클럽의 김미순 씨는 "고구려 마라톤의 역사적인 의미와 전통 등에 감동받았다"며 "완주 부담보다는 행복한 레이스를 펼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 한창수 회장은 "올해 개최되는 첫 대회라 의미 있다"며 "시각장애인 밴드인 '4번 출구' 공연을 위해 오늘은 10km만 뛸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구려 역사를 바로 알고 만주벌판을 누비던 고구려인의 기상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이날 마라톤 대회는 뉴시스헬스와 마라톤타임즈가 주최ㆍ주관하고, 국제뉴스와 코리아뉴스타임즈가 미디어 주관을 맡았다.
후원에는 매일유업, LG생활건강, 블랙애로우, 서울의료원, 재능교육, 우리들병원, 팔도, 하트사인, 알파인터테크, 무학, 장보고, 컨벤션벨라지움, 참누리병원, 인천마디병원, 천보한방식품 등이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