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프리마 이상준 대표이사가 뮤지엄에서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최문수 기자 cms1024@newsin.co.kr
예술과 문화가 스며있는 서울 청담동 ‘호텔 프리마’에서 ‘분단 조국 속 경계인’ 그 두 번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호텔 프리마’의 이상준 대표이사는 저명한 미술 수집가다. 그의 높은 안목은 미술계에 정평이 나있다. ‘호텔 프리마 뮤지엄’은 이 대표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미술 갤러리에서 수집한 고려, 조선시대 작품 9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토기부터 조선시대 백자까지 대부분 문화재급 작품들이다. 조선백자 ‘달항아리’, 조선시대 선조들의 수준 높은 멋과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술병인 ‘분청사기덤벙편병’ 등이 있다. 유럽 최고의 독일 왕실 도자기 마이센 100점도 전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예술성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술병에 관심이 많다. 그에게는 선조들의 미와 철학을 지켜주지 못했던 미안함과 반성의 시간이다. 길쭉한 목과 풍만한 몸통으로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는 술병은 사람에게 ‘무겁고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가르침을 준다. 일본인들은 1930년부터 1970년대까지 조선팔도에서 기름병, 간장병 등을 본국으로 가져가 사케를 담는 술병을 탄생시켰다.

지난년부터 특별기획으로 재일동포 작가 오일(1939~)展에 이어 그 두 번째 전시인 재일동포 작가 채준(1926~)과 김영일(1937-2012)展을 열고 있다. 관람료는 없다.

뉴시스헬스는 지난 13일 호텔 프리마에서 이상준 대표이사를 만났다. 이 대표는 “인권탄압과 민족차별에서 기인한 지독한 생활고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참담한 역사 속 뒤편에서 조국통일을 향한 뜨거운 갈망과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우리의 작가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라며 기획전의 취지를 설명했다.

재일동포 1세대 여성작가 채준은 1926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2살 무렵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이주하였다. 도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고교 졸업 후 미술연구소에서 독학으로 만화창작을 익히며 가슴 저리는 세월을 달랬다. 해방이 된 20대부터 일본 신문과 잡지에 그려나간 풍자만화는 민족 차별 속 자신과 동포들을 지키는 칼날이었다.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재일동포들의 고달픈 삶을 비유하고 조국의 모순된 현실의 울분을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채준 작가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여성은 한결같이 불안한 눈빛으로 세상을 응시한다. 어느 곳에서나 표적이 되어 하루하루 숨쉬기조차 힘든 불안 속에 떨어야 했던 재일한국인 여성들과 자신의 자화상이다.

김영일은 1937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였다. 어려서부터 그리기에 남다른 기질을 보였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매번 차별적인 냉대를 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유명 예술학부를 졸업한다. 그는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 한림에서 2년간 소학교를 다닌 기억을 담아 한민족의 소박함과 우리의 정서를 과감한 색채로 표현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진짜 얼굴을 벗고 갖가지 가면들을 쓰고 살아야 했던 그들의 모습이 ‘탈과 가면’이라는 주제로 새롭게 태어났다. 민족의 동질성을 탈(面) 그림에 담으며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재일동포 1세들의 넋을 위로한다.

‘회고와 미안함의 시간, 그 두 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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