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마 퍼레이드를 연습하고 있는 느티나무기사단
승마를 하기 위한 기본 도구로는 말에게 재갈을 물리는 굴레와 안장, 안장을 말에게 올리기 위한 복대가 있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의외로 간단하다. 그러나 안전한 승마를 위해서는 헬멧이 필요하고, 장갑, 승마용 부츠가 필요하다. 더욱 안전한 승마를 위해 안전조끼를 입는 사람들도 있다. 이외에 더 필요한 도구가 있다면 채찍이다.

승마용 채찍은 대개 가늘고 길어서 실제로 매의 역할은 잘 하지 못한다. 끝부분이 삼각형이나 손바닥 모양으로 넓게 되어 있어 소리가 크게 난다. 이 소리 때문에 말들이 두려워하고 온순해지며 명령에 따른다. 말은 500㎏이다. 사람보다 몇 배나 힘이 세다. 그런 말에게 사람을 태우거나 마차를 끌도록 할 때 사랑과 설득, 대화만으로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나라보다도 동물을 더 끔찍이 사랑하는 유럽에서도 승마할 때는 채찍을 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말들이 많다.

말을 아주 잘 다루거나 승마술이 뛰어난 사람에게 채찍은 거의 필요가 없다. 장애물 연습을 하거나 말들이 힘든 일을 할 때만 간혹 필요하다. 말을 아주 못타는 사람은 아예 채찍을 들면 안 된다. 말이 채찍에 놀라면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게으른 말이나 나이 든 말을 걷게 할 때, 채찍을 기승자의 손에 들려주기도 한다. 이때 “보여만 주세요. 절대로 말을 건드리거나 때리지 마시고요”하고 당부를 한다. 어찌됐건 초보자는 말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말들은 서열 동물이다. 초보자가 두려워하며 어설프게 말을 타면 곧 반항한다. 초보자가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을 안다. 말에게 먹이를 줄 때도 계속해서 주면 안 된다. 사람의 호의에 대해 마치 ‘사람이 자신을 두려워해서 먹이를 양보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앞발로 땅을 긁으며 점점 더 난폭해진다. 유럽의 승마 책에도 손으로 계속해서 먹이를 주지 말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말 먹이 주기 행사를 할 때는 더 유심히 말을 살핀다. 만약 조금이라도 난폭해지는 낌새가 보이면 곧장 말을 한 바퀴 돌려 걷게 하며 말에게 주의를 준다. 채찍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초보자나 어린이에게 승마를 지도할 때 나타난다. 기승자가 두려워하는 것을 눈치 챈 말들이 반항하고 난폭해진다. 즉시 채찍으로 말에게 주의를 줄 수밖에 없다. 나중에 천천히 말에게 타이를 수는 없다. 3~5초 이내에 주의를 주지 않으면, 말은 자신이 왜 주의를 받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승마지도자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말을 혼내면 초보 기승자는 말을 학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말이 난폭해지면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물론 말에게 화풀이 하는 식으로 채찍을 주면 절대 안 된다. 그러나 말이 사고를 일으키면, 그 말은 승마장에게 쫓겨난다. 불행한 것은, 승마장 이후에는 말들이 갈 곳에 없다는 것. 그 말은 폐마되고 곧 죽음을 맞게 된다. 난폭한 말을 비싼 사료만 주며 기를만한 승마장은 없다.

얼마 전 사람만 태우면 드러누워 죽은 척하는 ‘진강’이라는 말이 TV에 나왔다. 모두들 신기하고 꾀가 많다고 감탄하지만, 승마장 주인들은 그렇게 배짱 편히 바라볼 수만은 없다. 기승자를 거부하는 말을 그냥 사료만 먹여 기를 수도 없고, 만약 누군가 기승한 상태에서 말이 드러누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승마도구에 채찍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필요하다는 얘기다. 말이 싫고 미우면 어떻게 평생 승마를 지도하고 말을 기르겠는가? 어쩔 수 없이 채찍을 써야하는 승마지도자들은 늘 고민이 많다. 당근만 주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한 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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