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째 말을 기른다. 그런데 매일 매일이 똑같지 않다. 나는 늘 내 일의 방식을 바꾼다. 예를 들어, 마방을 치울 때 나는 시계를 먼저 본다. 오전 8시 정각 마방치우기를 시작한다. 먼저 마방 한 칸의 마분과 젖은 톱밥을 치우고, 시간을 잰다. 마른 톱밥을 깔고 한 칸의 정리가 된 후에 다시 시계를 본다.
이번에는 한 칸이 아니라 전체 마방의 마분과 젖은 톱밥을 치운다. 그리고 전체 마방에 마른 톱밥을 깔고 시계를 본다. 한 칸씩 치우는 것이 나은지, 여러 개를 동시에 하는 것이 나은지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 본다. 똑같은 일을 해도 매번 방식이 다르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누가 시킨 사람은 없다. 나도 모르게 늘 그런 식으로 일하는 나를 발견한다.
말에게 안장을 올리고 내리는 방식도 매번 다르다. 여러 마리를 동시에 꺼내고 안장을 동시에 옮겨서 동시에 매는 것이 나은지, 한 마리씩 꺼내서 수장하는 것이 빠르고 효율적인지. 이렇게 답을 찾아내면 한동안 그 방법을 고수한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또 더 나은 방식이 없는지 고심한다.
현재까지 찾은 방법으로는 안장 등을 미리 준비해놓고 말들은 한 마리씩 매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었다. 결국 업무과정에서 한 과정을 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렇게 하면 한 두 수장에 3분 걸린다. 물론 여기엔 나와 말이 반복학습으로 훈련이 되어야 하는 전제가 반드시 있다. 아니면 위험 요소가 뒤따른다.
마방 치우기를 하면서 시간재기는 무척 중요하다. 물론 중간에 일부러 잠시 커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핸드폰도 들여다본다. “시~작!” 하고 일만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업무에 가깝게 일을 해야 한다. 이렇게 시간을 재면 대략 18개의 마방을 모두 치워내고, 깨끗하게 톱밥을 다시 까는데, 3시간 10분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떤 마방이냐에 따라 다르다. 톱밥 창고와 마분장의 거리나 위치에 따라 다르다. 나는 매번 말을 이동할 때마다 이 표준화 작업을 다시 한다. 나는 새로 오는 마방 관리사에게 말한다.
“내가 이렇게 일을 해보니 3시간 10분이 걸립니다. 물론 중간에 다른 일도 하시고 개인적인 일도 있으니, 이 일을 8시간에 걸쳐 하시는 것입니다. 오전 6시에 말밥 주고, 오후 6시에 저녁밥을 주어야 하니, 중간에 4시간 휴식을 취하세요.” 이렇게 정량적인 지시를 한다.
이게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 스스로 이렇게 궁금증이 풀리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다시 시간을 재고, 일을 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다. 공정은 제대로 되는 것인지, 효율적인지, 비인간적인 요소는 없는지, 한번 일을 할 때마다 다시 개선점을 찾는다. 누가 시키는 일도 아니다. 때론 스스로에게 지겹다.
“당신은 왜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요? 내가 당신 직원이에요?” 아내에게 잔소리 듣는 경우가 많다. 아내와 외출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아내는 내 모든 시간재기 규정을 파기하기 때문이다. 매번 나는 아내에게 신선한 충격을 느낀다. 시간을 저렇게 엉망으로 써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구나.
삶의 시작을 엔지니어로 했다. 그 습관이 평생을 따라다닌다. 나는 아마 이대로 일평생 시간을 재고, 방법을 찾아내고,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기뻐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에게 박수치며 살아갈 것이다. 목장의 삶을 사는 엔지니어의 독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