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생 이 리처드 군.
초가을 비가 멈추었다. 지금은 느티나무 숲에서 낡은 인켈 오디오로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있다. 김광석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다’가 세상을 떠났다. 가을이면 끊임없이 그의 음성이 대기를 맴돈다.

내가 J의 은메달 소식을 쓰자 어떤 분이 “승마 선수로 J를 키우다니 J의 아버지는 부자인가보다. J는 좋겠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사실이기도 하고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J의 아버지는, J와 J의 조부모님들을 모시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이미 충분히 부자다. 하지만 이 배금주의 행성의 기준에서 부자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여기서 일반적인 승마 비용을 한번 살펴보자.

승마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예전에 승마장으로 5살짜리 여자아이의 엄마가 와서 아이에게 말을 한번 태워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다. 말을 태워 주고 사진을 찍어 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전에 어느 관광지에서 아이에게 말을 태워 주었는데, 한 바퀴 돌고 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짧다고 한 바퀴만 더 태워 달랬더니 만원 더 내래요.” 그렇다면 한 시간에 100바퀴쯤 말을 달리는 승마장은? 역시나 엄청난 비용이다. 이것은 농담이다. 진짜 그렇다면 승마장들은 떼부자 되겠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국의 승마장은 월요일이 애마의 날이다. 쉰다는 이야기다. 토일 주말에 손님이 몰리는 특성으로 주말에 고생한 말들을 월요일 하루 푹 쉬게 한다는 배려다. 승마장마다 요금이 다르고, 주중과 주말도 요금이 조금 다른데, 일반적으로 45분 한 타임으로 3만~10만원 정도다. 주말엔 5만원에서 13만원 사이가 일반적이고 10만원 이상인 비용에는 대개 레슨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조금 값싼 승마장을 찾아 주말마다 승마를 즐긴다면 한달 20만원으로도 충분하며, 10회권 쿠폰을 끊어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물론 교통비와 중간에 식사하는 비용 등은 별개다. 
   
자신의 말을 가지고 승마를 즐기는 자마들은 월 평균 60만~150만원에 말을 위탁 관리한다. 제대로 승마를 배우고 싶다면 레슨을 받아야 한다. 레슨비는 30만~300만원 사이. 간단히 기초 자세 등에 대해 월 4회 레슨을 받을 수도 있고, 승마대회나 대학 진학 등을 목표로 선수가 되려고 레슨을 받을 수도 있다. 장애물 경기에 출전하기 위한 레슨비는 1회 15만~30만원이다.

만약 대학 진학이나 선수를 목표로 하고 승마를 배운다면 자신의 말을 사야 한다. 대개 독일산 웜블러드(온혈종) 경기용 말을 사게 되는데, 5000만원에서 수억원 정도가 든다. 여기에는 역시 일반인이 꿈꾸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승마장에서 일하면서 열심히 승마를 배우는 젊은이들도 있다. 일종의 장학생인데 찾아보면 어디에든 길은 있다.

말 운반비는 편도 1회에 50만원 선이다. 말 대여료는 말의 능력에 따라 30만원에서 수백만원 선이다. 그러니 승마대회 출전이나 말 관련 자격증 비용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개의 승마장 원장들은 말이 좋아 말에 미쳐서 가산을 탕진해 가면서 승마장을 지켜온 분들이 많다. 자신이 돈을 써가면서도 열심히 하는 젊은 청년들의 미래를 열어 주려 한다. J의 은메달은 돈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이번 J의 승마대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나 역시 살면서 찬란한 영광의 순간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었겠구나.

어린 시절 내가 우등상을 탔다면, 그것은 나를 위해 조용히 해야만 했던 동생들의 덕이고, 과외비도 없이 늦게까지 교실에서 나를 지도해 주었던 젊은 담임  선생님의 열정 때문이었다. 두 개씩 도시락을 쌌던 부모님의 정성은 말할 것도 없다. 본인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꼭 도움의 손길이 있다. 젊으니까 당연히 가난하고, 가진 것 없다. 지금 가진 것 없어도 열정이면 충분하다. 노력하자. 노력하면 어떤 형태로든 세상이 도움을 준다.

다시 김광석. 이 세상에 그의 손을 잡아준 따스한 손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일까? 절대 고독의 차가운 도시 속에서 그는 떠났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나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돕고 도움을 받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인간인 까닭이다. 지구에서 탈출한 김광석은 지금 행복할까? 나이 든 나는 여전히 생쥐처럼 살아남아 체 게바라 (Che Guevara)의 일대기를 치즈처럼 갉작이고 있다.
  
“무언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지 않는 한 그것이 삶의 목표라는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다.”(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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