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allbaro1@naver.com

내가 바라는 승마대중화는 승마를 값싸게만 배우자는 것이 아니다. 승마 문화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퍼뜨려 동물과 자연, 농촌을 사랑하는 삶의 방식을 전파하자는 것이다. 보다 우아한 문화를 대중화 하자는 것이지, 대중이 하고 싶은 대로 마구잡이 방식을 승마에 역류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 자괴감이 든다. 말을 가지고 학교로 찾아가 승마를 배우려는 수강생들을 만나보면 말을 처음 봤다는 아동들이 많다. 물론 찾아가지 않으면 승마와 접할 수 없다. 일단은 말을 타서 승마를 배우고, 천천히 승마 문화를 배워 가면 되겠지, 내 생각은 그랬다.

여름이 되자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말을 타러 온다. 일반 승마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구미의 선진국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승마는 태권도처럼 하나의 도다. 단정한 복장을 갖추고 예의를 지켜가며 한껏 본인의 매력을 뽐내는 스포츠다. 반바지에 슬리퍼. 나는 지금까지 뭘 한 걸까? 이건 승마가 아니다. 아무리 국가에서 지원하는 공짜 승마라도 최소한 긴 바지와 운동화라도 착용하고 와야 한다.

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승마를 지도하여 그들이 승마문화를 익히고 이들이 스스로 승마의 멋과 품위를 아는 사람들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내 바람과는 달리 이들은 그저 말만 타는 것이지 여전히 승마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바지에 슬리퍼가 현재 대한민국 승마 대중화의 현주소다.

나도 안다. 아이들은 자라고 승마복은 비싸다. 하지만 승마를 제대로 배우는 국가는 모두 승마복과 부츠를 신고 복장을 갖춘다. 그게 기본이다.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야구장에서 야구복장을 입는 것과 같다. 아니 승마는 그보다는 보다 더 엄격한 것이, 승마복은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이들이 '나도 승마를 배웠다'라며 승마장에 갔다가는 망신을 당하거나, 냉대를 받거나, 기승 자체를 거절당할 수도 있다. 격식을 차려야 할 연회석에 반바지를 입고 참석한 망나니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을 것이다. 더불어 그곳의 교관들은 묻겠지. ‘어디서 승마 배웠어?’ 아마 나 또한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그래 왔다. 이제 8년이 지났으니 좀 달라지겠지? 그건 내 소망일 뿐.

우선적으로 승마복이 좀 저렴해져야 한다. 닭과 달걀 논란처럼, 그러자면 또 승마가 대중화되어 승마복이 대량 생산되어야 한다. 아이들처럼 자꾸 자라는 상태에서는 중고 승마복 매매도 활발해야만 한다. 일단 승마 바지와 승마 부츠만이라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서양에서는 어린이 승마복으로 타이즈 스타일의 승마바지에 반 부츠가 유행이다. 내게 승마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유럽 아이들이 승마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사진을 열심히 복사해서 나누어 주기도 한다. 언젠가는 양복입고 갓 쓴 어색한 분위기가 뭔지 알게 하려는 나의 소심한 노력이다. 말을 타기 전 이미 승마인으로서의 마음가짐과 복장을 갖추고 정갈하게 아이들을 성장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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