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allbaro1@naver.com

어젯밤 일기예보에도 없던 폭우가 내렸다. 아침 출근길은 이슬비로 바뀌었다. 모처럼 개울물 구르는 소리가 청아하다. 초여름 가뭄이 어느 정도 해갈 된 듯하다. 이제 곧 송사리가 뛰고, 가재가 알을 품고 맑은 개울 바닥을 기어 다닐 것이다. 세상은 투명하고 완벽하다.

승마 일을 계속해야 할까? 나는 요즘 고민 중이다. 내가 말을 타고 14번이나 기마국토대장정을 하고, TV 신문에 500번 가까이 나오고 '찾아가는 승마교실'을 개발했어도 난 비난 받았고, 욕을 먹었다. 그래도 꿋꿋이 15년 동안 승마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드디어 이젠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욕이 꺾인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타 승마장의 인사사고 때문이다. 회원 개인이 승마의 위험과 승마의 특성을 잘 알고 승마를 즐겼는데, 사고가 나면 무조건 승마장 주인 탓이다? 보험을 들어도 한계에 상관없이 호프만 방식의 계산으로 배상해야 하고, 게다가 금고형까지 받아라?

말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길을 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서투른 기승자에게 반항할 수도 있다. 다른 모든 종목과 같이 부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무조건 승마장 주인 책임이다? 이건 불합리하다. 승마장은 이제 사기꾼이나 자해공갈단 최고의 먹잇감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처음 온 고객이 석연치 않게 낙마한다. 먼지 털고 일어나면 그만인데도 병원 가 X-레이 찍고 CT 찍는다. 당연히 아무 이상 없다. 그런데도 위로금 500만원을 달라고 승마장 주인에게 요구한다. 아니 협박한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 일은 이제 일반화를 넘어 일상화가 되어간다. 자신이 선택하여 승마를 하고 왜 모든 책임을 일방적으로 승마장 주인에게 씌우며 돈을 요구하는가?

이제 승마 선수들을 어떻게 육성할까? 그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도전한다. 부상이나 인사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코치와 선수가 함께 열심히 연습하다가 선수가 다치거나 인사사고를 당하면 승마장 주인 탓이다'라면 누가 승마 선수를 육성할까? 함께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훈련하다 졸지에 그 부모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고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면, 지도자들은 어디서 보람을 찾아야 할까?

이런 험한 꼴 당할 일을 누가 할까? 이건 비단 승마 종목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학교에서도 뜀틀 등의 운동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엔 개인의 책임이었던 체육 종목의 부상이 모조리 학교와 교사의 책임으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부상이 잦은 축구, 야구도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일부러 사람 떨어트리라고 교육 받은 말은 없다. 일부러 사람 떨어지게 승마장 만드는 사람도 없다. 모든 것은 우연이고 불가피하게 벌어진 상황이다.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승마장 주를 희생양으로 삼은 일은 절대 금해야 한다. '승마하지 않았으면 낙마도 없다'가 오히려 우문현답이 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스스로 스포츠의 위험성을 알고, 자신이 책임진다는 각서를 쓴다. 개인의 책임 하에 열심히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고 기량을 향상시켜가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지도자들이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다. 만약 1심대로 판결이 고정된다면, 전국의 승마장은 폐업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승마대중화. 우리 정부와 마사회가 열심히 독려하고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이 과연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1. 승마장 내의 모든 인사사고는 고의가 아니라면 가입된 보험금 안에서 처리하게 하자.

2. 판결 이외에 다른 종목 사고 사례를 검토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말 사랑으로 버티고 있는 승마장 점주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호하자.

3. 승마나 기타 체육종목의 위험성을 알리고, 개인의 선택으로 배우거나 즐기는 모든 국민에게 각종 사고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적극 홍보하여 정론화하자.

만약 위의 조건이 제대로 풀어지지 않는다면 승마장은 각종 고소고발로 얼룩지게 될 것이고, 결국 승마라는 종목자체가 고사(枯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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