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allbaro1@naver.com

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지난 주말 흐린 날씨에도 몸에서 땀 냄새가 풀풀 나도록 열중해서 승마 훈련을 했다. 마치고 느티나무 아래에서 연예인재활승마봉사단원들과 막걸리 몇 잔에 취해 일찍 잠들었다. 초 여름비가 아파트 지붕에 모여 거세게 빗물 통을 빠져 나가는 소리에 깨었다가 선잠에 빠져들곤 했다.

아내와 논쟁을 했다. 나는 내게 승마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매번 작은 결실을 주려한다. 도전과 극복, 그래서 얻어내는 육체와 정신의 흐뭇한 보람. 그러자니 당연히 좌절과 실패가 있다. 세상의 다른 모든 일들처럼 승마도 매번 잘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늘 잘되던 높이의 장애물 점핑도 안 되는 경우가 있고 낙마도 있다. 물론 미리 예측하고 계산되어 하는 점핑이라, 큰 부상은 입지 않는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이 사람들은 승마 선수가 아니에요. 너무 몰아붙이면 자칫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승마 자체가 무서워 질 것이고."

지당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도자와 수강자는 종종 과욕을 부리곤 한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이런 올림픽 구호가 왜 나왔겠는가? 거대한 말이 갈기를 휘날리며 눈앞에서 뛰어오르고, 시간과 속도가 휙휙 지나고, 땀방울이 눈에 들어가 따가운, 용광로처럼 들끓는 현장에서는, 다들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의욕이 넘친다.

"할 수 있겠어?"
"네, 해볼게요. 으랏차차!"

나는 늘 선수의 동의를 구한다. 스스로 의욕에 넘쳐 도전하고 보람을 느끼게 하고 싶다. 물론 실패도 한다. 실패가 없다면 도전이 아니다. 그러나 부상을 당해서는 안 된다. 1초 안에 이런 요량과 계산이 끝나야 하는 것이다. 안전 요원도 배치한다. 아무 대책도 없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잔뜩 볼 멘 소리로 아내에게 불평했다. '도전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 그런 보람은 성공에도, 실패에도 있다. 도전 자체에 이미 가능성과 노력과 용기가 있다.'

빗소리가 거세 질 때마다 잠에서 깨었다. 가슴 속에서 움찔 움찔 아내에게 미안하다. 아내의 잔소리는 당연히 나를 위해서다. 모르지 않지만 현장의 뜨거움이 아직 식지 않은 상태에서, 충고를 잔소리로 듣는 옹졸한 내가 견디지 못한 것이다.

나는 밝아오는 여명 속에 잠을 깬다. 밤비는 멈추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비닐도 뜯지 않은 새 레코드를 오늘 새벽 개봉했다. 1987년 9월 20일 2판 발행 본. 무려 27년간 잠들어 있었다. 마치 물방울 튀는 듯 경쾌한 음질이다. 

'여보, 이들은 평생 단 한 번도 승마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승마를 통해 자신의 삶과 인생을 돌아보고 있지요. 나는 그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안 해 본 것이라고. 앞으로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27년간 잠들어 있던 레코드에서 주옥같은 소리가 나듯, 이들의 잠들어 있는 질주 본능을 깨울 겁니다. 이들의 눈은 이미 새로운 도전을 앞 둔 야생마의 눈빛으로 바뀌었어요. 삶에 활력이 넘치죠. 하지만! 당신의 충고를 들어 좀 더 천천히 진행할게요. 나에게도 보물처럼 중요한 인생의 손님들이고, 현재의 내 食口(식구)들이니까요.'

서곡이 끝나고 제 1막 2곡 <마님께서 부르실 때는 - Se a caso madama ia notte>. 副題(부제)가 묘하다. 나는 혼자 소리 죽여 웃는다. 과욕으로 인한 불상사가 없도록 아내는 내게 충고했다. 앞으로도 아내의 의견에 좀 더 집중할 것이다. 마님께서 나를 부르실 때는, 늘 내게 뭔가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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