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이크보드는 누가 타고 누가 즐기는 스포츠일까? 웨이크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의 흐름을 쭉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유흥의 수단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분명했던 것 같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그 흐름의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저 즐기는 유흥이 아닌 웰빙 시대에 발맞추어 운동 그리고 스포츠로서 참여하는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국제 대회의 심판으로서 본격적으로 여러 나라의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 했을 무렵 우리나라의 또 다른 국제심판과 함께 싱가포르의 한 대회에 초청 받아 다녀온 적이 있다.
싱가포르에서의 대회는 이전에 참가했었던 월드컵이나 월드챔피언십과 같은 보수적인 국가 대항전 경기가 아닌 여러 선수들이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국제 오픈대회였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겨우 스타트만 할 줄 아는 초보 라이더들도 여러 사람들과 팀을 짜서 대회에 참가해 즐기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하길 원하고 있었던 우리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들의 경기는 웨이크보드에서 누구나 꿈꾸는 화려한 점프가 아닌 '물 터치-한 손으로 물을 터치하는 것', '손 흔들기-한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드는 것', '웨이크 가로지르기-웨이크를 점프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것'과 같은 처음 웨이크보드를 접했을 때 시도하는 것들이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경기에서도 초보 라이더들이 많이 참가 할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초급 부문을 만들어 놓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허망한 꿈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여러 웨이크보드 업장에서 만나는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모두에게 대회에 나와 보라며 열심히 들이대 보았지만 몇 년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소득 없이 지나갔다.
"어머, 내가 무슨 대회를 나가?"라며 거절했고, 우리는 대회라는 것이 엘리트 선수들만 나올 것이라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땐 그랬다.
그냥 그저 마음 동하는 몇 명의 심판들과 웨이크보드의 활성화를 위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3년 즈음이 지날 무렵 우리는 쌈짓돈을 모아 소액의 상금을 걸고 일반 업장에서 정규 대회가 아닌 소규모 비정규 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일명 벙개대회! 우리가 내걸 수 있는 상금은 고작 10만원!
그러나 우리의 작은 희망에 하늘이 감동했는지 웨이크보드 라이더들은 조금씩 이 벙개대회를 즐겨주기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은 상금이지만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놀라운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친구들과 함께 소소한 경쟁을 만끽하기 위해 연습하며 상급, 프로 라이더들 뿐 아니라 초급, 중급 부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특히 가장 재미있는 사실은 상금을 받은 아빠라이더들이 그 상금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웨이크보드 업장에는 유모차와 꼬마 아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각종 대회에서도 '아빠 파이팅!'이라는 귀여운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고,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웨이크보드를 가르치기도 하며, 심지어 이제는 아빠와 아들이 함께 대회에 나와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웨이크보드가 가족의 여가문화로 자리매김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웨이크보드가 건전한 레저스포츠 문화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그간의 노력에 함께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6월 13~15일에 열리는 올해의 첫 대회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웨이크보드를 통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