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allbarol@naver.com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승마를 직업으로 하며 칼럼을 쓴다고 하면, 깊은 느티나무 숲에서 글이나 쓰고, 말 타고 세상을 천천히 누비는 한량이 아닌가? 일부 맞기는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나는 살기위해 열심히 발을 젓는 백조(?)다.

나는 오전 5시 30분가량 일어난다. 똑같이 하루 종일 일하는 아내에 대한 배려다. 원래는 5시였다. 아내는 30분을 더 잔다. 아침에 커피를 끓이고 뉴스를 본다. 잠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마음을 빼앗긴 뒤, 커피를 홀짝이며 몇 자 글을 적는다. 매일 1시간 정도. 이때는 아무도 못 말린다. 완전 돌입모드.

오전 7시 정도에 수업 준비를 한다. 출석부를 프린트 하고, 오늘의 과제물을 준비한다. 물론 지난주에 이미 수업 내용은 다 정리해 둔 터다. 7시 20분에 승마장으로 출발. 7시 45분에 도착. 즉시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면서 독서를 한다. 이때의 시간은 인생의 꿀맛이다. 나는 책에 코를 박고 입으로 세상을 들이킨다. 7시 55분 식사 끝. 당근을 잘라 콩기름에 버무린 뒤, 마방에 가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기다리던 말들에게 나누어 준다. 말들은 코를 크르릉 거리고 발로 바닥을 긁으며 나를 대환영(?)한다.

오전 8시부터 20분간 승마장 아침 회의. 일 년에 열 번 말 타기를 지원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5월 중순인데도 감감 무소식. 그날을 위해 요일을 비워 둘 순 없다. 결국 승마장 운영은 각개전투다. 정부 지원으로 사는 길은 없다.

8시 30분부터는 마방 치우기. 9시면 끝난다. 이때부터 다시 승마장 사무실에서 컴퓨터에 코를 박는다. 각 수강 기관에 제출할 자료 정리. 말 운송 트럭 손보기. 말차 청소. 마방 사무실 청소. 그리고 잠시 휴식. 오전 10시 30분부터 말을 준비한다. 말고삐를 묶고 말안장을 올리고, 마분 기저귀를 채우고. 5마리 준비 하는데 30분. 11시에 말을 싣는다. 11시 30분에 중간에 아내를 만나 함께 점심 식사를 한다. 최근에 발견한 한식 부페. 매일 반찬이 바뀌니 둘 다 일하는 우리에겐 최적의 장소다.

12시에 식사를 마치고 12시 20분에 수업 장소로 출발. 이제부터 적어도 1시간 30분 5톤 트럭을 운전한다. 수업 시작 1시간 전 도착. 이것이 나의 오랜 규칙이다. 출발도 일찍, 도착도 일찍 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수업이 결강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갑자기 트럭이 고장 나는 경우도 많다. 그 때도 이 예비 된 두 시간이 수업을 계속하게 만든다.

2시 30분 수업시작. 봉사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젠 장애물 점프까지 승마교육을 철저히 받으신 봉사자들이다. 세상의 소금, 또는 등불. 믿음직스럽다.

6시 30분 수업 끝. 뒷마무리까지 마치고 오후 7시에 간단한 김밥으로 수업 뒷이야기들. 문제점 파악. 다음 주, 같은 요일 일정을 이야기한다. 7시 30분 승마장으로 출발. 9시 승마장 도착. 말 내리기. 말들은 늦은 저녁에 허기가 졌는지 마방으로 뛰어가 밥통으로 돌진한다. 나는 말차를 치우고 안장을 정리하고 9시 30분 귀가한다. 집에 도착하면 저녁 10시. 이미 17시간을 일했다. 하지만 이때부터가 일의 시작이다.

커피를 마시며 그날 찍은 사진을 정리한다. 매일 200~300장씩 촬영되기 때문에 밀리면 큰일이다. 그날 찍은 사진은 반드시 그날 처리하는 것이 또 하나의 규칙이다. 내일은 수강생들에게 사진을 선물하는 날이다. 약 45장의 사진을 출력한다. 보통 11시 30분에 잠자리에 드는데, 오늘은 1시까지 출력한다. 마지막 사진을 출석부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고 땅 속으로 꺼져들듯 잠이 든다.

눈을 뜨면 다시 새벽 5시. 나는 아내가 잠을 깨지 않도록 30분간 누워 잠복근무를 한다. 주 5일은 이렇게 반복 되고, 주말은 승마장에서 신나게 승마교육을 하며 논다. 아니 쉰다. 나는 아등바등 살아가는 한량이다. '말과 함께'가 아니라면 절대 못할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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