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명품 매장들이 모인 청담동 한복판에 사옥이 있다.
“지난 2007년 이곳 청담동에 사옥을 세워 들어왔다. 지금까지 400억~5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젊은 층을 겨냥한 ‘라뮈샤(La Mucha)’라는 세컨드 브랜드까지 내놓으면서 ‘아르노’, ‘뮈샤’, ‘라뮈샤’ 등 3개의 브랜드를 이곳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명품 주얼리 브랜드로 키우기까지 산전수전을 겪었다.”
-어떻게 주얼리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나.
“30대 초반이던 1994년 남편이 사업 위기를 맞으면서 보석 판매업에 뛰어들었다. 그때까지는 프리랜서로 보석 디자인을 했었다. 종로 귀금속도매상점 맨 뒷자리가 하나 남아 들어갔는데, 그 자리는 ‘들어오면 망해서 나가는 악마의 자리’로 불렸다. 그곳에 들어가 나만의 브랜드를 키워갔다.”
-그 ‘악마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건가.
“그동안 디자인만 하다가 판매는 처음 해보는 것이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첫날부터 목표를 세웠다. ‘내 브랜드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서 10년 뒤에는 주얼리업계의 앙드레 김이 되겠다’고. ‘그때 청담동에 100억원짜리 건물을 사야지’ 마음먹었다.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하루 10시간씩 꼬박 서서 일했다.”
-열심히 한다고 모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데, 위기는 없었나.
“물론 텃새도 있었고 여러 위기도 있었지만, 나는 보석을 직접 디자인하는 전문가였다. 디자인이 다르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고객들에게 열심히 설명해주면 다음날 그 사람들이 다시 사러 왔다. ‘주얼리 마법사’로도 불렸다. 밝게 웃으면서 즐겁게 일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성장했고, 종로에 3개 매장, 압구정까지 모두 4개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매장을 확대해 가면서 잡지 광고도 했고 세계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어 나갔다.”
-명품을 정의한다면.
“디테일의 완성도. 즉 어딜 봐도 완벽한 게 명품이다. 뮈샤(Mucha)는 체코의 화가 알퐁스 뮈샤(Alphonse Mucha)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프랑스어로는 ‘참된, 진실한’이란 의미다. 신비롭고 매혹적인 디자인의 뮈샤는 참된 명품 브랜드를 추구하고 있다.”
김정주 대표는 보석감정사이자 보석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보석 스타일링도 직접 한다. 매장 구석구석 아이디어와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보석업계에서 필요한 자격을 갖췄을 뿐 아니라 사업수완도 있다. 김 대표의 ‘뮈샤’는 일본과 홍콩에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한다. 전 세계 명품 소비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중국에 ‘보석한류’를 전하는 메신저가 된 것이다.
-어떻게 중국 시장에 진출하게 됐나.
“국내는 경기 침체 여파로 예물도 규모를 줄이는 상황이다. 그래서 오히려 해외로 눈을 돌렸다. 세계가 우리나라의 무대다. 홍콩 ‘차우차우’가 우리 뮈샤 브랜드를 사용한다. 5년간 라이선스를 주는 ‘브랜드 수출’을 하게 된 것이다. 6월에는 중국웨딩협회 포럼에서 한국의 예물시장과 뮈샤를 알린다. 오는 9월에는 윈난성(雲南省)에 있는 웨딩홀에 매장을 낼 예정인데, 현지 기업 여성 대표와도 마음이 통해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주얼리업계 최초로 정부지정 디자인기업에도 선정됐다.
“3년 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디자인분야 우수제조기술 연구사업(ATC)으로, 올 초에는 서울의 우수중소기업 브랜드인 ‘하이서울 브랜드’로 선정됐다. 또 창조산업 발전가능성이 높은 명품소비재 제품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글로벌 명품화 사업’에도 선정돼 앞으로 세계 시장에 더욱 적극 나설 예정이다.”
-올해 목표는.
“100억대의 매출액만큼 수출 실적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한 개의 매장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최고를 향해 달려왔다. 이제는 ‘아시아의 밀라노’가 되고 싶다. 13명의 보석디자이너로 주얼리디자인업계 최초의 디자인연구소도 만들었는데, 올해는 디자인에 더욱 집중하려고 한다. 하루에 1~2시간이라도 내서 직접 보석 디자인을 해나갈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화장품업계에 진출하는 등 사업다각화 계획을 갖고 있다.”
-디자인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대개 보석은 디자인에만 1년이 걸린다. 나는 내가 회사를 이끌어가는 대표이면서 디자이너이다 보니 모델을 새롭게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디자인에는 나의 영혼이 담긴다. 자연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그보다 더 아름답고 매혹적인 것을 창조해 나가려고 한다.”
-디자인까지 직접 하려면 일정이 빠듯한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강원도 춘천 시골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내내 걸어 다니면서 자연과 함께 자랐다. 어릴 때 많이 걸은 게 지금까지 체력의 바탕이 된 것 같다. 지금은 너무 바빠서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렵다. 골프도 올해 시작했지만 아직 필드도 못 나가보고 있다. 그래서 일하는 틈틈이 맨손체조 등 생활운동을 주로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김정주 대표는 수십 수백억대의 투자와 사업계약도 척척 이뤄내는 강단이 있지만, 여전히 ‘소녀의 감성’을 갖고 있다. 예쁜 것과 분홍색을 좋아하며, 감성도 풍부하다. 고향인 강원도 춘천에서 키운 어린 시절의 꿈도 잊지 않고 있다.
-언제부터 보석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나.
“7살 때부터 무언가 예쁜 것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소양강 들꽃을 보며 꿈을 키웠고 지금도 그 꿈을 꾼다. 학부에서는 자연과학을 전공했는데, 교수 추천을 받아 보석감정사에 먼저 도전하게 됐다. 이후 호주에서 주얼리 코디네이터를 배웠다. 보석을 감정하고, 이학도였던 전공을 배경으로 디자인을 하고, 스타일링도 하는 보석전문가, 즉 ‘주얼리 스페셜리스트’가 됐다.”
-얼마 전 모교인 춘천여고에서 초청강연을 했을 때도 그 꿈을 이야기 했나.
“‘직업의 날’을 맞아 춘천여고 후배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름다운 꿈, 별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강의했었다. 그들도 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꿈을 꾸나? 즐겁게 하고 있나? 그 꿈을 확신하는가? 그러면 뭘 사랑해야 그 꿈을 이루나’ 물었다. 그리고 다시 얘기해줬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1%의 희열, 즐거움이 99%의 고뇌를 이긴다, 그러니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김 대표가 지금 꾸는 꿈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순수, 열정, 에너지다. 여기에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있다. 우리 뮈샤의 경쟁업체는 티파니, 까르띠에다. 뮈샤의 ‘김정주 반지’가 여성들의 로망이 되도록 뮈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