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길홍 뉴시스헬스 논설실장 ghpark@korea.ac.kr

 혼돈 속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보궐선거가 6월 17∼18일 실시된다. 감투싸움의 현장에는 항상 '대한민국 오천만 국민의 생명 의사들에게 달려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새로 구성될 의협 집행부의 사명은 최우선적으로 지난 3월 10일 정부의 의료민영화와 원격의료에 반대하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총파업에 참여한 의료인들이 업무정지 행정처분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하여 의협은 현재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고 있으나, 의협은 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소속 회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협회는 존재의 이유와 타당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다음 장기적인 임무로는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 관철시키는 것이다.

첫째, 의료관광을 활성화하여 의료산업과 그 연계산업을 신성장동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공기업, 지자체 부채가 사상 최대이다.

따라서 구매력이 없어서 시장이 없고, 이에 따라 고용과 투자가 저조하고 인건비와 물가가 하락한다. 디플레와 경기침체의 악순환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치여서 날로 야위어간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상승은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를 의미한다.

의료관광은 연계산업으로서 호텔관광산업, 요식업, 문화산업, 쇼핑업계, 외국투자유치 등을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3차산업 활성화를 통하여 경기부양의 강력한 견인차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관광객이 2013년 기준 21만 여명, 진료수입은 3934억 원에 달하고 있으나 외국환자 유치를 국가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태국(2010년 156만 명), 인도(2010년 73만 명), 싱가포르(2010년 72만 명) 등과 비교하면 국가 인프라와 의술의 수준으로 볼 때 상당히 저조하다.

정부와 일부 경제학자들이 우리나라의 의료관광산업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이유가 기득권층인 의료인들의 반대로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이것은 정책적 핵심을 노치고 그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의료관광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경영난과 공급과잉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정부보다는 의료인들이 적극적으로 개척해 온 새로운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의료관광객을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진료환경은 좀 더 좋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의료관광이 갑자기 급격히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의료시장의 공급과잉만 심화시킬 수 있다.

핵심은 의료관광 활성화의 방법론이다. 즉 의료관광 상품의 패키징과 글로벌 마케팅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를 비롯한 우수한 관광자원과 세계 10위권의 국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류열풍으로 대변되는 강력한 경쟁력의 문화자원과 ICT 강국으로서 최첨단 주변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ㆍ무형 인프라를 적극 접목하여 의료관광을 국가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대책이 요구된다.

둘째, 의료 민영화는 기존의 사회적 의료보장제도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법인 영리자법인(주차장, 장례식장, 식당 등) 허용'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온 영리병원의 맥을 잇는 것이다.

영리병원이란 투자자가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영리목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다. 현재의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만 허용되므로 수익금은 모두 병원에 재투자하여야 하고 따라서 저렴한 진료비용과 의료수준 향상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삼성의료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모두 비영리법인이지만 우수한 의료기관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영리병원이 되면 의료인의 수입도 능력에 따라 크게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의 요구에 의하여 수익성 위주의 병원 경영을 해야 하고, 이는 의료보험환자 푸대접, 부자 환자 VIP 대우로 이어지며 진료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셋째, 원격의료의 안전성 검증 및 비용효과 분석이 요구된다. 원격의료는 네트워크와 원격진단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유비쿼터스 건강관리 및 의료 서비스이다. 차세대 의료기술로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세계시장 선점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 시점의 기술 수준은 간단한 1차 진료만 가능하다. 더욱이 환자 스스로 측정한 검사치를 근거로 진단ㆍ처방을 할 때 오진의 위험이 높다.

또한 환자가 구입해야 하는 원격의료기기와 진료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존 대면진료보다 진료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철저한 안전성 검증과 비용효과분석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사업성이 없고 투자 손실만 예상된다.

다만 도서지방 등 의료소외지역 주민이 전국에 약 1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을 위한 공공진료를 정부 예산으로 원격의료로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넷째, 의료보험수가는 원가보전이 안 되는 항목들의 조정에 집중해서 하나씩 점차적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 원가보다 낮은 의료보험수가는 관련산업을 고사시킨다.

하지만 서민경기가 외환위기 시절보다 나쁜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국민의 의료보험료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구매력 감소를 심화시켜서 경기 침체를 가중시킨다.

최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의료정책은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우리나라의 사회적 의료보장제도와 세계적인 의술을 허물어뜨릴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하여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건강의 100년 대계와 의료의 신성장동력화 모델을 제시하여야 할 의협은 정책적 역량과 추진력ㆍ협상능력에서 신뢰를 얻지 못 하고 있다.

그들이 핵심 이슈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법론은 흉기자해ㆍ할복ㆍ분신 시도, 근거 없는 비과학적 주장이었다. 의사 파업으로 어렵게 얻은 대정부 협상 기회의 작품은 부실한 원격의료 안전성 검증 시안 등 완성도가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료인들은 회장 보궐선거에 임하고 회장 입후보자들도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의협은 전 의사를 대표하고 대변하며 국민 건강의 파수꾼으로 인정받는 공익단체가 아니라, 일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의료인들의 파벌싸움으로 점철된 이익단체로 평가절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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