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길홍 뉴시스헬스 논설실장 ghpark@korea.ac.kr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사회적 의료보장제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의술로 의료의 낙원을 건설하였다. 이것은 의사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가능하였다.

우리나라는 어디나 집 앞에 나오면 의료기관이 있고 아이들 간식비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소득층 의료보호대상자는 무상의료 혜택을 받는다.

요즈음은 선진국의 환자들도 자국에서 진단을 받은 후 우리나라에 와서 다시 진료를 받는다.

이와 더불어 의료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의료관광은 연계산업으로서 호텔관광산업, 요식업, 문화산업, 쇼핑업계, 외국투자유치 등을 활성화시켜서 고용 유발 효과도 크다. 

미국 등 선진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를 열심히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의료의 낙원인 것은 외국에 나가 보면 안다. 미국은 영리병원제도를 채택하여 의료비가 매우 비싸다(평균 우리나라의 10배 이상).

저소득층 대상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의료보험제도가 있으나 막상 병원에서 차별대우하여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 한다.

유럽은 시장사회주의 체제하에 무상의료를 시행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과다한 의료수요로 인하여 중증 환자도 진료를 받으려면 예약 후 수주에서 수개월, 수술의 경우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이러한 무상의료와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하여 우리나라의 몇 배에 달하는 세금과 의료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의료정책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의료보장제도와 세계적인 의술을 허물어뜨릴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의료법인 영리자법인 허용'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온 영리병원의 맥을 잇는 것이다.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벽에 부딪치자, 2012년 10월말 하위법령인 보건복지부령으로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 규칙'을 공포하며 영리병원 설립을 위한 법령작업을 속전속결로 마무리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영리병원이라는 용어대신 어려운 병원 경영여건의 개선을 위하여 영리자회사(주차장, 장례식장, 식당 등) 설립을 허용해 주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영리병원이란 투자개방형의료법인으로서 투자자가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영리목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다.

현재의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만 허용되므로 수익금은 모두 병원에 재투자하여야 하고 따라서 저렴한 진료비용과 의료수준 향상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영리병원은 의사에게도 새로운 기회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병원에 투자도 해주고 의사들도 프로스포츠선수처럼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하는 시대가 올 텐데 말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설립한 병원에 고용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서 병원의 수익성을 증대시키는 일 밖에 없다.

의사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데 해고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자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의료보험 환자는 푸대접을 받고 부자환자는 VIP 대우를 받으며 자연히 진료비는 상승한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적 의료보장제도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우려된다.

다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아 추진 중인 원격의료는, 언제 어디서나 센서, 자동진단 알고리즘, 인공지능 및 유무선 네트워킹을 활용한 유비쿼터스 ICT 기술을 통해 제공하는 건강관리 및 의료서비스이다.

차세대 의료기술로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요구되나 현 시점의 기술 수준은 간단한 1차 진료만 가능하다.

더욱이 환자가 직접 측정한 검사치를 근거로 진단 처방을 할 때 오진의 위험이 높다(의료를 신성장동력화하려면. 경향신문. 박길홍. 2014-03-09).

또한 환자가 구입해야 하는 원격의료기기와 진료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존 대면진료보다 진료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안전성 검증과 비용효과분석이 철저히 이루어 진 후 시행해야 한다.

아니면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안전 사각지대와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 이로 인해서 원격의료의 수요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 산업에 투자한 기업에게도 재앙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하여 대안을 제시하고 의료의 신성장동력화 모델을 제시하여야 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책적 역량과 협상능력에서 신뢰를 받지 못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혼돈 속에 권력 투쟁 중이다. 정치권에서 지겹게 보던 오합지졸들의 이전투구(泥田鬪拘)를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는 의사 사회에서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3월 10일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총파업으로 얻은 2차 의정협의안은 부실한 원격의료 안전성 검증 등 실망스럽다.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원들만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의 위기에 몰려있다.

이어진 의협 대의원회와 집행부간의 갈등과 사상 초유의 의협회장 탄핵, 그리고 회장의 '임시대의원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임총결의 무효확인소송' 및 사원총회를 내세운 독자 행보, 이에 대응하여 회장에 대한 윤리위 징계와 횡령 및 배임 형사고소, 이 와중에 회장 지지파와 반대파가 겨루는 의협 회장 보궐선거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가진 자들의 더 갖겠다는 탐욕의 싸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서민 경기는 IMF 시절보다 더 나쁘다. 현재 가계부채, 공기업, 지자체 부채가 사상 최대이다. 기업 부문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차외 삼성의 다른 계열사를 포함한 나머지 대중소기업은 적자를 면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삼정전자와 현대차의 성장률이다. ICT의 시장주기는 짧다. 만약 삼성전자 착시현상이 사라진다면 대안이 없다.

중소기업은 먹이를 안 줘서 영양실조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 한 상태이다. 정부에서 우리나라 고용지표 등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아직 딴나라 이야기다. 소비여력이 없어서 시장이 없다. 따라서 고용과 투자가 없다. 디플레와 함께 경기 침체의 악순환이다.

정부는 의료정책의 방향을 최우선적으로 의료관광을 활성화하여 의료산업과 그 연계산업을 신성장동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의료관광은 3차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의 강력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의료관광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척박한 수익구조와 공급과잉에서 생존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의료인들이 마지막 희망을 안고, 그 동안 사실 정부보다는 민간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개척해 온 새로운 시장이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관광객이 2012년 기준 15만 7000명에 달하고 있으나 외국환자 유치를 국가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태국(2010년 156만 명), 인도(2010년 73만 명), 싱가포르(2010년 72만 명) 등과 비교하면 ICT, 관광자원, 한류열풍 등 국가 인프라와 의술의 수준으로 볼 때 상당히 저조한 숫자이다.

APEC 관광산업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04년 28%에서 2020년까지 44%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와 더불어 의료관광이 관광의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시장의 공급과잉 상태로서 의료관광객을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와 일부 경제학자들이 우리나라의 의료관광산업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이유가 기득권층인 의료인들의 반대로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의료관광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인천 송도에 영리병원이 허용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의료관광이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핵심은 의료관광 활성화의 방법론이다. 즉 의료관광 상품의 패키징과 글로벌 마케팅의 문제이다.

첫째, 경쟁력 있는 분야의 의료관광 상품 개발과 수요자 위주의 서비스 패키징으로 타겟 계층을 공략해야 한다.

둘째,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이다. 먼저, 한류열풍과 세계적으로 으뜸인 관광자원을 적극적으로 접목해서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다음, 세계적인 의료수준에 관하여 싱가포르의 샴 쌍동이 수술 같은 상징적인 소재를 창조하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ㆍ후원해야 한다.

셋째, 의료관광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를 위한 규제를 모두 철폐해야 한다. 사실 이제는 정부와 시장 중 누가 더 똑똑한지 알 수 없다.

넷째, 의사소통 문제 해결, 병원 내 비자연장 데스크 설치 등 소비자 위주의 행정과 편의제공.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초일류 ICT 응용기술을 접목한 의료 서비스로 전 세계 환자를 상시적으로 관리ㆍ유치하고, 진료 후에도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한다면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현대문명의 궁극적 지향점은 인간의 건강과 행복이다. 따라서 생명과학 산업의 미래는 밝고 그 중심에는 의학이 있다.

현재 이공계 최고의 엘리트들이 의과대학에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인적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보다 진지한 정책적 고민과 적극적 지원으로 사회적 의료보장제도의 지속적 발전과 더불어 의료산업과 그 연계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화하여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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