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재활승마는 이제 막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주목 받는 것과 실제로 진행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재활승마의 효과는 아직도 정량적ㆍ과학적으로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민간 차원에서 미미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필자 개인적으로 파악한 내용은, 대기업에서 장애인재활승마가 10여 명 단위로 기업의 사회공언 이미지 제고로 진행되고 있고, 각 승마장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재활승마 몇 곳. 기타 장애인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보아도 대략 수백 명 단위일 것이다. 250만 명에 달하는 등록 장애인의 숫자로 볼 때 너무나 미미한 정도다.
혹시 장애인승마선수에 대한 내용을 보거나 들으신 적인 있는지? 우리나라 장애인이 건장한 말을 타고 대지를 내닫는 사진이나,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직 단 한 건도 보고 된 바 없다. 국내에서 장애인 승마 종목은, 보조자들과 함께 재활승마를 하는 사진이나 기사가 고작이다. 한국에서 재활승마는 여전히 불모의 대지다.
장애인들의 올림픽인 패럴림픽(Paralympic)은, '함께'라는 뜻의 라틴어 'para'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다. 이 경기에는 지체의 종류에 따라 맹인, 절단, 뇌성마비, 정신지체, 척수마비, 기타의 6개 그룹으로 나뉜다. 하계 패럴림픽 종목은 양궁, 육상, 사이클, 승마, 펜싱, 유도, 역도, 조정, 사격, 축구, 수영, 탁구, 휠체어 농구, 휠체어 럭비, 휠체어 테니스, 휠체어 배구가 있다. 승마가 정식 종목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독일 등 재활승마선진국에서는 양팔이 불편한 장애인승마선수가 입에 고삐를 물고 대장애물을 비월하는 역동적인 모습이나, 말과 함께 장애를 딛고 도약하는 멋진 감동의 순간을 담은 기록이 많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는 단 한명의 장애인 승마 국가대표 선수가 없다. 장애인 승마 선수단도 없다. 장애인 승마 대회도 없다. 실제로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타파하고, 대한민국 장애인 복지의 위상과 장애인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기 위해 대한장애인승마연맹과 한국재활승마협회 등은 선수단 발굴에 나서고 있다. 전국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승마 선수를 선발 등록하고, 각종 장애인승마대회를 개최 하려 준비 중이다.
한국재활승마협회에 따르면 올 해 4월 말경 서울 중심지에서 제1회 장애인 재활승마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 수도권에서 재활승마 관련 행사를 함으로써 재활승마의 의미와 효과, 필요성 등을 장애인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알린다는 목적과, 낙후된 국내 장애인 승마 및 재활승마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켜 페럴림픽 등에 정식 종목인 승마에 장애인 승마선수를 선발 출전케 하고, 이를 계기로 250만 장애인들에게 재활승마의 기회를 확대ㆍ제공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는 장애복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시작하는 행사라고 하니, 14년째 재활승마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기대가 크다.
어쩌면 올해 가을쯤엔 장애인 승마 선수가 말이라는 새로운 다리를 얻어 푸른창공을 펄펄 나는 광경을 보게 되지 않을까? 더 나아가 다음 패럴림픽에 대한민국 장애인승마선수가 당당히 메달을 획득하게 되지 않을까? 혼자 기대감에 도취되어 커피 잔을 들고 숲을 서성이는 아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