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남진 기자 = 15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이 '라이트' 담배의 소비자 현혹 마케팅에 대한 흡연자들의 소송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알트리아 그룹의 '필립모리스'와 다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수십억 달러 소송에 봇물이 터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대법원 법관들은 연방 광고표시법의 허점을 이용해 '라이트'나 '저(低)타르' 등의 표현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담배회사에 대해 찬성 5표 대 반대 4표로 피해자들의 소송을 허가했다. 대법원은 "정부의 담배 테스트에 대한 감시도 소비자들의 소송을 막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라이트 담배에 대한 소송이 가능해 짐에 따라, 필립모리스, 레이놀즈 등 이미 수십 건의 소송에 걸려있는 담배회사들은 매우 심각한 위협을 느끼게 됐다. 라이트 담배는 미국 담배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학 로스쿨의 데이비드 블라덱 교수는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그동안 소비자를 현혹해온 담배회사들에 대한 소송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직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알트리아의 주식은 13센트(0.9%)를 잃어 주당 15.21달러로 내려갔다. 이후 30분이 지나자 54센트(1.3%) 떨어진 14.96달러에 거래됐다. 레이놀즈 아메리칸의 주식도 54센트(1.3%) 하락, 1주당 40.01달러로 가격이 떨어졌다.

알트리아는 성명을 통해 "법적 소송을 감내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법원들이 집단소송을 불허하고 있는 만큼, 개인의 비교적 소규모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알트리아 측은 예상했다. 또 "회사가 과거 다양한 소송에서 승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법적 소송을 잘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대법원은 담배회사에 대한 소비자 권리의 확대 여부에 대한 판결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존 폴 스티븐스, 앤서니 케네디, 데이비드 사우터, 스티븐 브레이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등 대법관 5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또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앤토닌 스칼리아, 클래런스 토마스, 사무엘 알리토 등 대법관 4명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번 판결은 당초 담배회사의 승리를 예견했던 모건스탠리의 데이비드 아델먼 등 애널리스트들을 놀라게 했다. 아델먼은 "담배회사들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효과적으로 방어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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