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AP/뉴시스】이남진 기자 = 여성이 5년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등 호르몬제를 복용할 경우, 유방암 위험률이 2배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2년가량 복용을 중단하면 가파르게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여성보건연구원(Women's Health Initiative)'의 연구팀은 13일(현지시간)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UCLA의 로완 클레보우스키 박사는 "최근 유방암 발생률이 급감한 이유는 수많은 여성들이 호르몬 치료를 중단했고, 일부 폐경기 여성만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조지타운대학 의학센터의 클라우딘 아이작스 박사는 "여성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랜 기간 호르몬제를 복용해 왔다고 해도 복용을 중단하면 암 위험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금연이후 10~15년이 지나야 암 위험률이 떨어지는 것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폐경기 이후의 여성들에게 심장질환과 골다공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2002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등 호르몬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심장질환과 유방암 발생률이 놀란 만큼 높다는 결과가 나온 뒤 호르몬 치료에 대한 연구가 중단됐다.

이후 의학 전문가들은 호르몬제에 대한 지난 연구가 폐경기인 50대를 훨씬 지난 60대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호르몬제 사용의 효과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이에 대해 클레보우스키 박사는 "그동안 폐경 여성의 열감(熱感·Hot Flash)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만 호르몬제를 사용하고, 최대한 소량을 단기에 복용토록 해왔다"며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이 같은 처방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그는 "호르몬제 사용여부 등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간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대다수 여성은 유방암 발병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 몇 년간 지속적으로 호르몬제를 사용할 경우 유방암 위험률은 증가하며, 해마다 그 위험률은 누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보건연구원은 이전 연구에서 1만6609명의 여성에게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이 포함된 호르몬제 '프렘프로(Prempro)'를 복용하도록 했다. 이후 이들의 유방암 위험률이 높아지면서 연구를 중단했다.

이후 연구원들은 이들 가운데 1만5387명의 유방암 위험률을 추적 조사한 결과, 연구가 끝난 이후 유방암 위험률이 대부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에서 최고 2배까지 치솟았던 유방암 위험률은 호르몬제 복용을 중단한지 2년이 경과된 시점에 거의 일반 수준으로 내려간 것으로 분석됐다.

하버드대학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여성병원의 조앤 맨슨 박사는 "호르몬제 치료는 여성의 건강을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3~4년간 치료를 중단하거나 복용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