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allbarol@naver.com

말에게 당근이나 각설탕을 주면 말은 매우 좋아 한다. 일반시민들에게 건강한 말을 소개하는 행사장에서, '말 먹이 주기 체험' 을 하면, 사람들의 반응과 분위기는 굉장히 좋다. 그러나 말 관리자들은 그럴수록 엄청나게 주의한다. 왜일까.

말에게 손으로 먹이를 계속 주면, 말이 점점 흥분하고 난폭해 지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유럽의 승마교본에는 ‘말에게 손으로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한다. 처음 한두 번은, 말을 사랑하고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 말들도 이해한다.

그러나 말들의 사회는 엄격한 서열 구조다. 계속 손으로 먹이를 주는 것은 말에게 '내가 너보다 약하고 아래 서열이므로, 먹이를 양보한다' 는 의미가 된다.

그러니까 자꾸 먹이를 손으로 주면 줄수록, 말은 건방져 지고 '네가 나보다 약하니까 먹이를 양보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된다. 손으로 먹이를 계속해서 주면, 말은 콧김을 뿜으며 위협적인 눈빛을 하고, 앞발로 땅을 긁으며, '먹이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요구하고 달라고 명령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행사장에서, 마필지도자들은 더더욱 조심한다. 아이들은 말을 무척 사랑한다. 고사리 손으로 계속해서 말에게 먹이를 주고 싶어 한다. 그럴수록 점점 말이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사나워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때 노련한 승마지도자들은 먹이주기를 멈추고, 말을 일부러 한 바퀴 돌리면서 진정시킨다. 말은 그 고조되던 분위기를 곧 잊고, 엄격한 교관의 음성과 눈빛을 떠올리게 된다. 금방 흥분을 가라앉히고 얌전하게 된다.

나이가 드니, 자꾸 신과 자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 자신,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는 별다른 계획도 없이 열심히 일만 해도 돈이 제법 벌었다.

벌어들이는 규모가 커짐에 따라, 씀씀이도 커진다. 단돈 몇 십만 원의 용돈으로 살던 가난한 학생 때의 기억은 까맣게 잊고, 당장 지갑에 몇 십만 원의 현금이 없으면 불안하다. 카드 값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살림살이가 커질수록 세상도 만만하게 보인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던 신흥 개발도상국의 분위기 속에서, 사회 전체가 발전과 성공을 떠받들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이는 그것을 자신의 능력이라고 착각한다. 점점 도를 지나치게 되고, 건방져 지고, 주변 사람들과 운명, 때로는 신까지 무시하거나 원망한다.

상당히 위험하다. 어떤가. 이쯤에서 먹이주기를 멈추고 한 바퀴 돌려야 할 때가 아닐까.

지혜로운 사람들은 스스로의 분수와 도를 알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것도 원죄의 일종일지 모른다. 교만해지고, 방자해지고, 방탕해 질 때쯤, 신은 먹이 주기를 멈추고 한 바퀴 돌릴 것 같다. 우리가 말에게 그러하듯.

지금 많이 힘든가? 그럼 다시 돌아보자. 우리는 신에게 요구하고, 주변을 위협하고, 발을 구른 것 아닐까? 감히 건방져지고, 교만해지고, 세상을 깔 본 것은 아닐까. 오늘 말에게 당근을 잘라주다 떠오른, 목동의 짧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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