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산 호수 공원 하늘마당에서 2013경기승마축제가 열렸다. 이것은 경기도 축산 농민의 미래와 승마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경기도와 승마협회가 함께 일구어낸 성과다.
도심지 공원에서 주말에 승마경기. 수많은 일반 시민에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말의 매력을 제대로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승마인으로써 이는 얼마나 멋진 행사인가?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임시 마사(馬舍) 사이를 걸었다. 공원의 단풍들 사이로 고개를 내 민 말들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내 귀에 들려온 말은 "아유 말똥냄새! 완전 똥밭이네" 라는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비명이었다. 그보다 한두 살 더 아래로 보이는 어린이는 아예 코를 싸쥐고 지나간다.
주변을 둘러보니 방금 싼 말똥에서는 김이 오르고, 그보다 먼저 땅에 떨어진 마분은 비를 맞아 흐트러지고 행인들의 발길에 밟혀 넓게 문드러져 있다. 물론 말똥이 그리 심한 냄새가 날 리가 없다. 여자 어린이의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승마는 이제 간신히 대중들의 곁으로 다가가는 중이다. 대중들에게 승마는 아직도 낮선 것이다. 대중들에게는 비싸고 위험하고, 게다가 마분은 더럽다. 라는 인식이 있다.
우선 일반인들에게 말과 승마가 받아들여질 시간을 주어야 한다. 말똥은 더럽지 않고 자연에 이로운 것이며, 농사에 좋은 퇴비라는 것도 알려야 한다.
오늘 현재, 그런 시간적 여유를 주지도 않고, 빗방울 떨어지는 도심지 공원 한복판에 말똥을 방치한 것이다. 물론 주최 측에서 따로 마분 치우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지정했을 것이다.
그대로 둘리는 없다. 언젠가는 치울 것이다. 문제는 승마인들이고 승마선수들이다.
누군가 말똥을 치우겠지, 하고 남의 일로 볼일이 아니다. 멋진 말과 말 탄 승마인의 위용을 뽐내기 전 한손엔 삽을 든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말똥이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도심 공원의 경관을 해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의 승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말똥을 치우는 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승마인들과 승마선수들은 한손엔 고삐를, 한 손엔 삽을 들어야 한다.
말을 타고 뽐내는 사람만큼, 삽을 든 사람이 많아진다면, 승마는 오해 없이 일반 대중들에게 스며들 것이고 도심지 어디에서나 환영받을 것이다. 일산 호수공원 2013경기승마축제 아직 이곳엔 삽 든 사람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