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소프라노 이승현이 무대의 크기에 상관없이 감동을 전하는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임나영 기자 iny16@newsin.co.kr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며 음악을 접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어요. 전공을 하게 되리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 예원학교에 진학한 것이 이 자리까지 오게 했네요."

이는 마리오 델 모나코 콩쿠르 1위, 프란체스코 칠레아 국제 오페라 콩쿠르 2위, 마리오란자 콩쿠르 2위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하며 우리나라 성악계를 빛내고 있는 소프라노 이승현(40)의 말이다.

30일 오는 8일 막을 올리는 오페라 '운수 좋은 날'의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공연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소프라노 이승현과의 일문일답.

-오페라 '운수 좋은 날'에 대해 소개하자면.

"현진건의 대표 소설 '운수 좋은 날'을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각색하여 오페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예전에 대구에서 '도시 연가'라는 제목으로 초연을 했던 작품으로 이번이 관객들에게 두 번째로 선보이는 무대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악가인 푸치니와 베르디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작품 속에 녹여내 오페라가 생소한 관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존주의 오페라 무대가 많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 작품은 창작 오페라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아픈 아내 아미를 돌보고 있는 주인공 재수에게 우연히 찾아온 운수 좋은 날도 이미 결정된 운명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주제를 가진 작품으로 한국의 정서가 깃든 문학적 표현과 함께 유럽 정통오페라의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음악이 어우러진 풍성한 공연을 선물할 예정이다."

-오페라만의 매력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과 오페라는 '창법'에 차이가 있다. 뮤지컬은 마이크를 쓰고 오페라는 이를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기도 하고, 크게 말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부자연스러운 느낌도 받지만 기계적인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오페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은 출연자와 한 공간에서 같이 호흡하며 자연스러운 울림을 느낄 수 있으며, 귀를 기울이면 노래하는 이의 색깔을 더 잘 전달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한다. 또 오페라에서는 오직 성악가가 갈고닦은 기량만을 무기로 다양한 느낌을 전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음악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누군가가 내 노래에 감동받는다는 것을 느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항상 무대에 오르기 전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감동시키자'고 다짐하고 올라가는데, 이에 대한 피드백이 있을 때 '음악을 하길 잘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외국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하고 귀국한 지 이제 몇 년 안 됐지만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많은 무대에 서고 있다. 앞으로도 무대의 크기에 상관없이 감동을 전하는 성악가가 되고 싶다. 작은 무대일수록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의미가 깊은 상은.

"'마리오 델 모나코 콩쿠르 1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초심을 찾기 위해 이태리에 들렀다가 우연히 날짜가 맞아 참석한 콩쿠르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무대에 오르니 생각보다 쉽게 1차, 2차, 3차가 통과됐고 수상을 하며 피날레 무대까지 장식하게 됐다. '마음을 비웠을 때 가장 최고의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 대회였다. 개인적으로 이 콩쿠르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고, '가장 편안하고 좋은 노래'를 그곳에서 불렀다고 생각해 의미가 깊다."

-바쁜 일정 속, 건강관리비법은.

"'잘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먹는지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아침에 화장하는 시간은 늘려도 아침 식사를 위해 시간을 갖는 것에는 인색하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잘 먹는 게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평소 아침을 꼭 챙겨 먹고 저녁은 이른 시간에 먹고 있으며 잘 붓는 체질이라 야식은 즐기지 않는다. 또,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가 힘들기에 식사 후에 꼭 짧게나마 산책을 즐기는 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은 '운수 좋은 날'을 잘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다시 공연되는 좋은 오페라를 만들고 싶고 이후 대한민국 최고의 오페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재 학교에 출강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좋은 선배이자 선생님으로 롤모델이 되고 싶다. 사랑하는 예술가곡에 대한 연구도 멈추지 않고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새로운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멈추지 않는 성악가의 모습으로 남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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