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난 위기상황이 예고된 지난 12일 저녁 7시께 명동거리.
불과 몇 시간 전에 기관의 단속이 있었고 높았던 온도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화장품이나 의류 매장 등 명동의 일부 매장에서는 냉방기를 켠 채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특히나 화장품 매장이 밀집된 구역에선 자동문의 전원을 차단하며 개방해 놓고 냉방기를 '빵빵' 틀어놓은 채 입구에서 손님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문을 열어놓은 곳을 찾아 냉방유무를 확인하려 했으나 들어가기도 전에 출입구에서부터 한기가 가득했다.
며칠 전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이 중구청으로부터 문열고 냉방 관련,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음에도 일부 매장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기자의 질문에 A화장품매장 B모 관계자는 "출입구 쪽 에어컨은 가동을 안했다"고 둘러대며 안쪽의 에어컨을 껐다.
C화장품매장 D모 관계자는 "손님이 가볍게 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을 열어 놓았다"며 "문을 닫아 놓으면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든다"고 해명했다.
대형 의류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수동문의 출입문을 개방한 상태로 내부의 한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문 열고 냉방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해당 직원은 "손님이 문을 열어 놓고 간 것"이라며 서둘러 문을 닫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을 닫고 냉방을 하고 있던 E매장 F모 관계자는 "전력난이 심하고 문열고 냉방 영업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닫아 놓았다"며 "일부 매장은 냉방기를 켠 채로 열어놓기도 하는데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4시까지 명동상점가를 점검한 결과, 냉방온도 위반으로 한 곳에 경고장을 발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3개 주요상권 개문냉방영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동역은 지난 6월17일 위반율 58.6%, 7월2주 위반율 24%, 7월4주 18%로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가장 높은 위반율을 보이고 있다.
중구청 G모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문열고 냉방관련, 명동 등에 나가 매일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4일까지 전력난 위기상황으로 보고 국민들이 절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공공기관 등에서는 12일부터 사흘간 냉방기의 가동이 금지됐다.
지난 1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민들의 절전 효과로 원전 2기 규모(200만kW)의 전력이 절감돼 가까스로 위기상황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