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allbarol@naver.com
승마를 배우러 필자를 찾아오는 분들 중에 가끔 이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있다.

"진도를 빨리 해주세요. 한 3개월 완성 코스는 없나요?"

나는 다른 곳에 가서 승마를 배우라고 한다. 가능하면 승마 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런 내게 두 마디를 섞으면 심한 모욕을 당할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승마는 매우 위험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사망하고, 마돈나가 낙마하고, 최수종씨가 낙마하는 등 톱스타들의 낙마사고 소식이 언론을 장식한다.

이래서야 어디 무서워서 승마를 할까? 필자는 승마를 대중화 하자고 부르짖는데. 일부 언론과 스타들이 승마가 위험하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꼴이다.

그러나 승마를 지도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학교에서 승마를 지도하면서 단 한번도 119를 부른 적 없다. 축구, 야구, 자전거, 뜀틀 등을 하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는 경우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낙마라도 할라치면 온 학교가 발칵 뒤집힌다. '찾아가는 승마교실'은 아예 안전 매뉴얼이 있다. 필자와 학부모님과 담당 선생님께 보고하고, 동시에 제일 가까운 종합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말이 빠르게 달리는 구보까지 가자면 50안장 정도는 타야한다. 주말 승마인이라면 꼬박 일 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일 년 동안 매주 말과 함께 땀 흘리고, 자연의 풍경을 느끼고, 달리는 말 위에서 서늘한 바람을 맞고, 신체의 변화를 느끼며 즐겨야 한다. 승마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단순히 말을 타는 기술뿐 아니라 말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말이 뭘 무서워하는지를 이해하고, 말의 습성을 사람이 배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일 년이라고 생각한다.

길을 모르면서 자동차를 빠르게만 달리면 반드시 사고가 날 것이다. 이와 같이 말을 모르면서 달리는 기술만 배우면 사고의 지름길이다. 스타들은 방송을 목적으로 급하게 승마를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세가 엉망이다.

몇 해 전 사업을 위해 수백억을 들여 국제 규격 승마장을 지은 곳에서 교관이 사망했다. 작년엔 청소년 수련 시설의 영업 활성화를 위해 수십억을 들여 지은 승마장에서 또 인사사고가 났다. 허술한 비닐하우스 승마장에서도 인사사고는 잘 나지 않는데, 이게 웬일일까? 어째서 시설 좋고 좋은 말들을 보유한 곳에서 연이어 사고가 나는 것일까.

돈이 넉넉지 않아 좋은 승마장을 짓지는 못하지만, 비닐하우스 승마장의 주인들도 말과 승마를 잘 안다. 말이 정말 좋아서 돈 안 되는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말과 승마를 모르는 사업가들이, 빠른 머리로 계산을 튕기고 사업으로 승마를 하겠다고 달려든다. 수십 수백억을 들여 압도적인 시설을 갖춘다. 그래서 빨리 흑자를 내야 하기 때문에 서두른다.

순치 훈련을 서두르고, 교관 교육을 서두른다. 이렇게 말을 잘 모르는 CEO들이 서두르다가 인사사고를 낸다. 현재 대한민국 승마장의 보험 손해율은 400%라고 하며, 신규 승마보험 가입도 잘 안 된다. 이게 연예인들과 대형 승마장이 만들어 내는 '침소봉대'(針小棒大)의 전형이다.

원래 승마는 안전하다. 말과 함께 땀 흘리며 '사계'(四季)의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승마는 대표적인 슬로우 라이프로 말과 함께 천천히 인생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승마를 해야 한다.

성급히 승마기술을 이루려는 사람은 안 된다. 말을 과정 아닌 목적으로 보고, 수익사업의 대상으로 본다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승마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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