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진하 기자 = 중국의 지방 당국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비리를 고발하는 주민들을 정신병동으로 보내 함구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중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국영 베이징뉴스가 8일 발간한 탐사보도의 내용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山東省)의 신타이(新泰)시 당국은 최근 정부 관리의 부패나 불공정한 재산 몰수 등에 항의하는 민원인들을 정신병동에 강제 입소시킨 뒤 2년 가까이 억류하며 약물을 투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 당국은 이들로부터 ‘다시는 민원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에야 비로소 이들을 석방시켰다.

57세의 농부로 시 당국의 탄광 사업으로 인한 토지 훼손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던 선파우는 중앙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러 가던 길에 지방 당국자에게 붙잡혀 지난 10월 신타이 정신병동으로 보내졌다. 그 후 20일 동안 그는 사지가 묶인 채 강제로 약물을 투여받고 매번 몽롱한 상태가 됐다. 그는 의사에게 “나는 민원을 제기했을 뿐 정신병자가 아니다”고 호소했지만 의사는 “당신이 정상이건 아니건 그건 상관없다. 시당국이 보낸 이상 나는 당신을 정신병자로 취급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해당 병원의 병원장은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경찰로부터 인도받은 환자 중 18명은 전혀 정신적인 문제가 없었지만, 당국의 억류 명령을 거부할 시 발생할 후환이 두려워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 당국이 이 같은 '민원 처리' 방식을 별다르게 은폐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 이들은 민원인들이 중앙정부로 달려갔을 때 이를 잡으러가는 '비용'과 이들이 민원이 자신들에게 미칠 수 있는 '파장'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타이시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 당국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민원을 제기하려는 주민 274명을 정신병동으로 보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 정도 감소한 것이다.

홍콩의 중국 인권단체 '중국노동회보(China Labor Bulletin)'의 로빈 문로 연구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과거 소련만큼은 아니지만 까다로운 민원인들을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다루기 위한 방편으로 이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단 병원에서 ‘정신이상자’ 판정을 받은 이들은 일체의 사법권과 법적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며 당국이 이 같은 점을 이용해 민원인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파룬궁(法輪功·중국의 전통 기공의 하나)의 수련자 1명이 공안이 운영하는 정신병동에서 13년을 보낸 뒤 풀려났으며, 상하이에서 경찰 6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한 남자의 모친은 5달 이상이나 병원에 강제 입원조치됐다가 아들이 처형당하기 직전에 풀려났다.

이 같은 보도가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중국의 주요 언론사들을 통해 크게 보도되자 중국 네티즌들은 “동물과 다름없다” “동물보다도 못하다”며 당국의 강압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를 힐난했다.

한편 신타이시 당국은 이 보도 내용과 관련, “경솔하고 편향됐다”며 “병원에 입소된 이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주장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정신적인 문제를 갖게 된 사람들”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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