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AP/뉴시스】유세진 기자 =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경제 위기 속에서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겨울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난 속에서도 가난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비밀 산타'*secret Santa)는 올해도 어김없이 미 3개 주에 출현해 힘든 이들에게 희망을 건네고 있다.

지난 6일 세인트루이스의 한 중고품 할인매장에서 가스비를 내지 못해 난방이 끊긴 테레사 세틀은 가족들을 위한 모포를 사려다 검은 선글라스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한 여성으로부터 '비밀 산타'라는 말과 함께 200달러의 현금을 건네받았다. 이 여성이 세틀에게 돈을 건넨 조건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당신이 받은 것과 같은 친절을 베풀라'는 것뿐이었다.

세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그 외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비밀 산타란 캔자스시티에서 남모르게 기부 행위를 하다 지난해 1월 사망한 래리 스튜어트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스튜어트는 지난 26년 간 해마다 12월이 되면 거리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100달러씩을 나눠주는 일을 해 왔다. 케이블 TV 및 장거리 전화 서비스를 통해 큰 돈을 모은 스튜어트는 이 같은 일을 통해 26년 간 130만 달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해 사망 직전 자신의 친구에게 자신이 이 같은 일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얘기했고 친구는 스튜어트가 죽은 뒤 '비밀 산타' 일을 이어받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러한 스튜어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현재 미 3개 주에서 9명의 비밀 산타가 활동하고 있다.

스튜어트가 이 같은 일을 시작한 것은 자신이 실직한 직후였던 지난 1979년 한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음식값으로 20달러를 건넨 후 거스름돈은 가지라고 말했을 때 이 종업원이 표한 감사의 마음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3주 전 식당 종업원 일을 잃은 신시아 브라운 역시 6일 세인트루이스의 보건소에서 한 비밀 산타로부터 100달러를 건네받았다. 암으로 죽어가는 여동생을 두고 있는 리오타 버뱅크도 이날 한 중고할인매장에서 비밀 산타로부터 돈을 건네받았다. 버뱅크는 비밀 산타를 꼭 껴안으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렇게 6일 하루에만 약 2만 달러가 비밀 산타로부터 여러 명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캔자스 시티의 한 비밀 산타는 "이는 스튜어트를 기억하려는 것도, 돈에 대한 것도 아니다. 이는 다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 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친절한 마음씨와 따뜻한 말로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다면 누구라도 비밀 산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같은 비밀 산타 활동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럿과 피닉스, 세인트루이스, 캔자스 시티 등 9개 지역에서만 이 같은 비밀 산타가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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