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고에 따르면 성인의 2% 정도, 비만클리닉에 참여하는 사람의 10~15% 정도가 과식, 폭식, 거식 등의 섭식장애를 보인다. 국내 통계는 아직 없지만, 한국에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소년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거식증의 경우 1990년 0.03%에서 2007년 0.2%로 약 7배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식욕이나 배고픔을 느끼는 데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스트레스나 병은 이러한 복합 작용을 교란시켜 일시적 식욕감소나 식욕증대 같은 변화를 나타내지만 이때는 곧 회복된다. 마찬가지로 체중감소를 위한 한시적 식사조절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음식이나 식사가 배고픔이나 식욕이 아닌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경우 먹거나 먹지 않는 행동이 자신이 벗어나고 싶은 생각 혹은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만다. 개개인의 타고난 특성도 섭식장애의 발병과 진행에 중요한 요인이다. 섭식장애는 1차적으로는 정신과 질환이며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부작용을 낳고 치료받지 않으면 수 년 이상 계속된다. 섭식장애는 당사자와 그 가족의 개인적, 정서적, 사회적, 직업적 모든 측면을 파괴시켜 결국에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

거식증에 걸린 당사자는 건강에 필요한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들은 현저한 저체중임에도 체중이 증가할까봐 매우 두려워하며 먹는 것을 제한하고 강박적으로 운동하거나 의도적으로 구토 혹은 이뇨제, 변비약 등 살빼는 약 을 먹기도 한다. 심각한 저체중임에도 자신이 그런 상태에 있음을 부정한다. 거식증이 심해질수록 저체중에 대한 집착은 삶의 유일한 방식이 된다.

거식증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무조건 음식을 먹지 않고 많이 운동량을 늘려 저체중을 유지하는 형, 폭식 후 구토 혹은 하제 복용 등의 보상행동을 통해 저체중을 유지하는 형이다.

거식증에 걸리면 성인의 경우 체중감소가 뚜렷하고 청소년과 아동의 경우 체중증가가 있더라도 성장연령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 한다. 변비와 복통 등을 호소하며 어지럼 혹은 기절, 얼굴과 발목 등 신체 부종 등의 신체적 문제를 동반한다. 탈모 가능성이 높고,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며 손발이 마르고 건조해진다.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 골밀도 감소 및 그로 인한 골다공증 이 나타나고, 남성은 성욕감퇴가 나타나기 쉽다.

환자는 자신의 병적 행동이 명백하게 잘못된 것임에도 잘못 됐다는 것을 부정한다. 식사와 관련된 의례적 행동, 예를 들면 먹기 전에 음식을 잘게 잘라놓는 등의 행동을 하거나 식사 때마다 일련의 절차를 밟기도 한다. 현저한 저체중임에도 뚱뚱하다고 느낀다. 항상 초조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경향이 있고, 심한 경우 식사 후 구토하거나 하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폭식증 당사자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며 이에 동반해 폭식으로 인한 체중증가를 피하기 위해 구토를 하거나 이뇨제를 복용하기도 하고, 한동안 지나치게 식이 제한을 하거나 과도한 운동을 하기도 한다. 폭식은 대체로 보통사람이 한번에 먹는 양 이상의 음식을 한꺼번에 먹는 것이다. 폭식은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느낌과 함께 매우 급하게 이뤄진다. 거식증 환자의 경우처럼 폭식증 환자도 체중증가에 대한 두려움 및 왜곡된 신체상을 가지고 있다.

폭식증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폭식에 따른 체중증가를 구토를 유발한다거나 하제나 이뇨제를 사용해 막으려는 형과 굶거나 과도한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려는 형이다.

폭식증은 체중 변화가 심하다. 폭식 후 구토로 인해 목이 쉬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치아가 상하거나 침샘이 부어 턱 선이 둥그렇게 되는 것도 신체변화 중 하나다. 여성은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쉽게 피로해지는 경우가 많다. 항상 기분이 저조하며, 자신의 체중과 체형에 불만족한다. 먹는 동안 자제할 수 없어서 혼자서 먹은 후에는 몰래 구토하며 이뇨제를 먹기도 한다.

섭식장애는 한 가지 이유로 생기는 것이 아닌 복잡한 병이다. 심리적 원인, 대인 관계, 사회 문화적 영향, 유전적 성향 등 모든 것들이 요인이 될 수 있다.

섭식장애는 정도에 따라 적합한 치료방법이 결정된다. 신체적 위험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면 외래치료를 받는다. 신체적 위험이 높거나 병이 오래됐거나 이전 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경우에는 입원치료를 해야 하기도 한다. 치료에는 신체 건강회복, 정신치료와 인지행동치료, 그밖에 치료에 대한 의지를 높이는 방법들이 동원된다. 치료진과 환자는 왜 병이 생기게 됐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회복되는 최상의 방법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치료의 장기적 목표는 당사자의 행동과 생각이 바뀜으로써 그 동안 부여잡고 있던 섭식장애 대신 건강한 방법으로 삶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은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저동 인제대 백병원 인당관에서 '섭식장애 현황과 예방'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섭식장애 분야의 권위자인 영국 킹스칼리지 재닛 트레저 교수가 영국의 섭식장애 현황과 예방에 대해 강의한다.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의 '청소년 저체중의 현황과 문제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의 '한국의 섭식장애 현황과 예방' 발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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