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소모 극심, 탈진ㆍ추위로 '피로동사' 위험

【서울=뉴시스헬스】임설화 기자 = 등산의 운동 효과는 근력(筋力)강화․심폐기능 향상․정신적 만족감 세 가지로 압축된다. 근력강화는 근력의 강도를 키우는 것보다 지구력을 늘리는 쪽이다.

산행(山行)이 한 번에 최대의 힘을 쓰는 근육 활동이 아니라 75% 정도의 힘으로 근육을 장시간 사용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등산으로 단련된 근지구력은 종일 오래 앉아있거나 서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만성 피로감을 줄이는 데 좋다.

칼로리 소비 면에서도 우수하다. 70㎏인 사람이 1시간 동안 산에 오른다면 약 735kcal를 사용하는 것으로 측정된다. 이는 1시간에 8~11㎞를 달리는 것과 맘먹는 운동효과이며 통상적인 걷기(시속 3.2km)를 약 3시간 한 것과 비슷하다.

등산이 전신을 땀에 흠뻑 젖게 할 정도로 운동 강도가 센 것은 사실이지만, 심박수의 상승효과 면에서는 달리기에 못 미친다.

등산은 심박수가 충분히 상승하는 운동을 해야 심폐기능 향상 효과를 최대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주중에는 아무 운동도 안 하다가 주말에만 등산을 한다면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는 거의 없다.

따라서 주말 등산족은 주중 평일에 최소 3회 이상 달리기․조깅 등을 해서 등산으로 키운 근력과 달리기로 키운 심폐기능이 균형을 갖도록 해야 한다.

심혈관질환자는 무리한 등산이 심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심근경색 등 응급상황에서의 대처가 어렵다. 수축기 혈압이 180㎜Hg, 이완기 혈압이 110㎜Hg 이상인 사람도 등산이 권장되지 않는다.

혈당 변화가 심하고, 저혈당으로 실신 등의 경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등산이 위험할 수 있으며,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은 낙상 등 사소한 충격으로도 골절이 올 수 있다.

어지러움․빈혈환자는 저산소증을 유발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척추디스크 환자도 초기에는 등산을 피해야 한다. 몸을 앞으로 구부리는 등산자세가 디스크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겨울철 복병 '피로동사'와 '저체온증' 주의해야

기온이 급강하하는 겨울철 등반은 다른 어느 계절보다도 많은 위험을 지니고 있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폭설과 혹한, 눈사태, 극심한 체력 소모로 인한 피로동사와 저체온증 등은 겨울 산에 상존하고 있는 복병들이다.

그리고 특히 겨울 산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평소 익숙한 지형일지라도 지표면의 지형지물이 눈에 덮일 경우 판단이 흐려져서 자칫하면 정상적인 등산로를 이탈, 길을 잃고 방황하기 쉽다.

겨울 산에서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또는 일몰 후까지 운행할 경우 이런 유형의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강설로 시계가 하얀색 일색으로 변할 경우 원근감이 없어져 판단이 흐려진다. 특히 방향감각이 흐려짐은 물론, 설면과 공간과의 경계를 식별하기 어렵게 되어 마침내 길을 잃고 환상방황을 하다가 조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등산를 이탈했을때 대처방안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침착한 자세로 주변의 지형 등을 살펴본 다음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최선책이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감지하였을 때는 이미 정상 등산로에서 상당한 거리에 이르렀을 때이다. 이 때 혹시나 하는 기대심리를 갖고 이리저리 움직인다면 체력소모와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눈보라가 친다든지 안개가 짙게 끼었을 경우와 일몰 후에는 즉시 행동을 멈춘 후 적당한 은신처(비박장소)를 찾아 차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 때 설사 지도나 나침반을 휴대하고 있다 해도 출발지점에서부터 방위각을 설정하고 위치를 판정하지 않은 채 운행하였다면 이런 용구들도 별 소용이 되지 않는다. 서슴지 말고 아는 길(최초의 진입로)까지 되돌아 나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등산로를 이탈해 조난을 당했을 경우에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기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 일몰 후에는 마른 나무를 주워 모닥불을 피워 추위에 대처함은 물론, 조명구를 사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거린다든지, 소리를 외치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

주말을 이용한 당일산행일지라도 비상시에 대비하여 조명구, 예비의류, 비상식량, 방풍의, 판초 등을 휴대하여 이런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탈진상태와 추위가 겹쳐서 일어나는 사고가 피로동사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체력소모가 극심한 겨울 산이므로 무리한 산행일정을 일단 피해야 한다. 자칫 동사와 동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불충분한 영양 섭취와 바람과 눈에 대한 미흡한 대비로 인해 탈진상태에 이어 하이포서미아(저체온증)에 걸리기도 한다.

젖은 옷은 건조한 옷을 입고 있을 때보다 20배나 빠르게 몸의 열을 빼앗아 가며, 최초의 저체온증상이 나타나서 허탈상태에 이르기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는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빠른 시간내에 건조한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며, 열량이 높은 음식물(더 운 당질의 차나 초콜릿, 캔디 등)을 섭취해야 한다. 저체온증상의 환자는 침낭속에 동료가 함께 들어가 몸으로 감싸주어 체온을 유지시켜야 하며, 환자에 대한 가온 조치는 점차적으로 해야 한다.

◇등산시 생길수 있는 부상과 대처법
1. 발에 물집이 생기는 경우
물집은 헐거운 등산화, 느슨하게 조인 등산화 끈, 얇은 면양말 착용 등으로 딱딱한 신발과 부드러운 피부가 마찰하면서 생긴다. 신발바닥에 파우더를 뿌리거나 양말바닥에 비누를 문질러서 마찰을 최소화한다. 근본적으로 좋은 질의 두터운 양말과 자신의 발에 잘 맞고 익숙해진 등산화가 바람직하다. 물집이 생겼을 경우에는 두터운 거즈를 대고 일회용 밴드를 붙여야 한다. 일부러 터트리지 않도록 한다.

2. 발목통증이 생기는 경우
산행 중 발목의 통증은 주로 잘못된 걷는 습관과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 등산화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다. 걸을 때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앞꿈치 순으로 땅에 닿게 하여 발바닥 전체로 땅을 밟도록 해야 하며 발아래를 잘 살펴 안정적인 지점에 발을 디디도록 주의해 부상을 입지 않도록 한다. 등산화는 장기등산의 경우 발목까지 감쌀 수 있는 등산화를 선택해 발목의 피로와 부상을 예방한다. 자신의 발에 익숙해지지 않은 등산화일수록 발뒤꿈치나 발목부위의 통증을 일으키기 쉽다.

3. 무릎통증이 생기는 경우
일반적으로 산행 중 통증을 많이 호소하는 부분이 무릎이다. 하산 시에 발목과 무릎에 전해지는 부담은 자신의 체중의 3배라고 한다. 거기다가 배낭무게까지 합하면 하산 시에 무릎에 상당한 부담이 됨을 알 수 있다.
무릎보호를 위해서는 하산 시 절대 뛰지 않아야 하며 자신 몸무게의 1/3이상의 배낭도 메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4. 벌레에 물렸을 경우
산에서 벌레에 물렸을 때 산에는 여러 가지 곤충 및 해충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산을 오를 시에는 시중 약국에서 판매하는 방충 스프레이 혹은 가려움 방지제 등을 소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진드기나 모기정도이면 가려움정도로 끝나지만, 말벌 등의 위험한 벌에 공격을 받게 되면 생명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등산 시에는 주위의 벌집 등이 있는지 살펴 조심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만약 벌레에 물리면 즉시 물린 부위를 물이나 알코올로 소독 후 미리 준비된 가려움 방지제로 발라주는 것이 좋다. 벌에 쏘여 그 상태가 심각한 상태가 되면, 주위의 도움을 받아 바로 하산하여 병원을 가도록 해야 한다.

<도움말/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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