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총리의 이번 발언은 지난 20일 경제 자문회의에서 의료보험 제도에 대해 논하던 도중 불거졌다.
아소 총리는 이 자리에서 "나이가 예순 일곱 여덟 되고 나니 동창회에 가면 골골해가지고 쓸데없이 병원을 전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며 "나는 아침 걷고 무엇인가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보다 의료비용이 훨씬 적게 나온다"고 자랑했다고 교도 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이 26일 보도했다.
일국의 총리라는 사람이 고령 환자들이 아픈 것은 운동을 게을리 한 결과로 '자업자득'이라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아소 총리는 더 나가 "마냥 먹고 마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료비를 내가 왜 지불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노력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을 노력하지 않아 병든 사람이 축내고 있다"고 빈정거렸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둘러싸고 비난이 거세지자 27일 오전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가 의도한 것은 건강을 유지를 위한 자구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을 뿐"이라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가와무라 장관은 "총리의 발언이 부족해 국민들을 노하게 했을 지는 몰라도 의도한 바는 아니다"고 두둔하며 ‘총리의 잇단 실언에 대한 해명을 하는 기분이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그럴 필요가 없으면 더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은 총리의 발언과 관련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생각 자체가 총리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비난했다.
연립 여당의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공명당 대표 역시 "부적절한 발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총리는 이날 낮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 발언의 취지는 질병의 예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현 제도에 대한 것을 말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그는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과 안하는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나는 만큼 예방에 힘을 쓰는 것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애써 자신의 발언을 합리화했다.
아소 총리는 최근 빈번한 실언으로 여론의 비판대에 오르면서 악화되는 경제 상황과 함께 급격한 리더십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집권 자민당 내부에는 중견신진 의원들의 아소 비판이 거세지면서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울러 야당 역시 국회동의 인사의 반수를 부결시키는 등 현 상황을 정권 교체의 기회로 삼겠다는 대결 태도를 확고히 나타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