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옥주·이인준 기자 = 정부가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방안을 내년 4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국내에서도 담배회사들이 이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 주목되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증진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담배 제조회사는 흡연의 위험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현재는 30% 이상 경고문구만 표기토록 돼 있지만 담뱃갑의 앞면, 뒷면, 옆면에 각각 면적의 50% 이상을 경고그림이 차지하게 된다. 경고그림이 어떤 형식을 띄게 될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혐오스러운 사진 등을 넣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 56개국에서는 경고그림을 이미 도입·시행하고 있으며 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2~3% 정도의 흡연율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이달부터 이 제도를 시행키로 한 미국에서는 일부 담배업체들이 식품의약국(FDA)을 대상으로 위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24일 위헌소송 항소심에서 FDA의 규제가 담배회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줘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임종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미국에서는 켄터키 주와 워싱턴 D.C 연방법원 등 2개 주에서 경고그림에 대한 위헌소송이 제기돼 켄터키에서는 합헌 판결을 받았고 워싱턴은 위헌 판결을 받았다"며 "그러나 워싱턴도 아직 연방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주 정부는 최근 담뱃갑에 경고그림 삽입 뿐만 아니라 포장 자체를 규격화해버렸고 이와 관련한 위헌 소송에서 합헌 판결을 최종적으로 내렸다"며 "국내에서도 충분히 담배회사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이나 이는 국민 전체의 건강권과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 국장은 "복지부 입장은 물론 개별 담배회사들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민 전체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라며 "따라서 비록 소송이 일부 예견은 되지만 경고그림 도입을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담배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담배업체 관계자는 "담배경고 문구과 사진의 경우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어 제도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로서도 사전 준비가 필요한 법인데 사전에 의사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은 상황이 다르며 아직까지 (소송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KT&G, BAT, 필립모리스,JTI코리아 4개 대형 담배회사가 만든 사단법인인 한국담배협회 관계자는 "회원사간 협의를 막 시작하려는 단계라 지금은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공동 대응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담배회사 입장에서는 규제가 만들어지면 지켜야 하지만 정부가 개정안을 확정하기 전에 담배회사와 협의를 충분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날 개정안을 통해 경고그림 표기 외에도 '라이트, 마일드, 저 타르, 순' 등의 오도문구 사용도 전면 금지토록 했다.

이와 함께 식약청에 담배제조 신고시 각종 화학물질 등 첨가물의 명칭과 함량을 신고하고, 해당 제품의 시판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또 지정된 담배판매 장소 이외에서 전시활동이나 진열행위를 금지하고, 담배회사가 사회·문화·음악·체육관련 행사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후원하는 활동도 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자민 담배값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애연가들의 격렬한 반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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