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産) 화장품’에 대해 외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좋은 품질과 착한(?)가격, 여기에 한류열풍과 어우러져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군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산 화장품이 면세점 국산제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도 화장품 관련주가 불경기 속 효자종목으로 각광받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국내 화장품업계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화장품’은 외국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대표적인 화장품 몇 개를 빼고 중저가의 고만고만한 제품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장품이 사치품으로 인식돼 정부의 지원도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화장품’이라면 외국인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Made in korea wonderful” 을 외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물론 풀어야 할 산적한 숙제도 적지 않다. 생산규모면에서 세계 12위권이지만 인기가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산적한 현안에도 한국 화장품 산업을 밝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화장품의 잠재적인 경쟁력 크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인지. 집중취재 했다. 이번에는 첫 번째로 [韓 화장품의 힘①] ‘불경기 속 효자 상품’을 싣는다.

【서울=뉴시스】민숙영 기자 = 한국산 화장품이 불경기 속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주가에서 확연이 나타난다. 아모레G와 LG생활건강, 코스맥스 등 화장품 관련주가 최근 오름세를 유지하며 우리나라 증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주가 상승에는 일본·중국·동남아 관광객에 부는 한류열풍과 화장품 업계의 적극적인 마케팅 영향이 절대적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올 상반기(1월~7월) 면세점 매출만 봐도 외국에서의 국산 화장품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최근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과 롯데월드 잠실점, 동화면세점 등 서울 시내 면세점 6곳의 국산품 판매 수익은 3099억 원. 이중 약 67.4%인 2066억원이 화장품 판매 수익이었다.

다양한 품목가운데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수치다.

2010년부터 최근 3년간 한국 화장품은 면세점 판매 1위를 자리를 지키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0년 1582억원이던 면세점 내 국산 화장품 판매 수익은 지난해 2528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는 이미 206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매출액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화장품은 특히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면세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사는 외국인 관광객의 45.7%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모두 943억원어치의 화장품을 사들였다.

중국인은 32.2%(665억원)로 일본인 관광객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일본인 관광객의 화장품 구매액은 64.5% 증가에 그친 데 반해 중국인의 경우 147.1%나 증가했다.

다가올 중추절(중국의 추석)에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을 생각하면 중국인의 한국 화장품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화장품은 국외 매장에서도 통했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다수의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중국과 일본 시장 등에 진출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중국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 기반을 만들었다. 2000년대 들어 중화권과 일본, 동남아시아, 서유럽,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외 매출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중국 시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 3272억 중 중국 시장 매출은 1909억원으로 58%를 차지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성장률도 가장 높았다. 아모레퍼시픽의 2010년 중국 화장품 시장 매출은 1423억원에서 지난해 1909억원 34% 성장을 이뤘다.

아모레퍼시픽은 1993년에 선양에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마몽드와 라네즈 등 중·고가 제품을 진출시켰다. 지난해에는 북경 팍슨 백화점에 한방 제품 설화수가 입점해 고가 제품을 판매를 노리고 있다.

2014년을 목표로 중국 상해에 화장품 생산연구기지를 신축하고 중국 사업 성장을 가속할 전망이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 1995년에 중국 시장에 진출해 18년째를 맞이했다. 오휘와 후 등의 제품은 북경과 상해 등 대도시의 백화점에 들어섰다.

2006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중국 내 인지도가 높은 배우 이영애를 내세워 고가 제품 ‘후’를 선보인 이후 고급화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밖에 더페이스샵과 스킨푸드 등도 한류 마케팅과 가격대비 높은 품질을 내세우며 중국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에뛰드하우스의 경우 일본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2007년 일본의 유명 메이크업 전문가인 잇코상이 니혼TV에서 '한국 여성의 피부 비밀'로 에뛰드 하우스 제품을 소개하며 유명세를 탔다.

이에 일본 시장까지 진출해 지난해 말에는 도쿄의 신주쿠에도 매장을 열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아시아권에 한정돼 세계적으로 인기 있다고 말하기엔 멋쩍은 수준이다. 제품은 스킨과 로션, 크림 등 기초 제품 위주다.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국가는 아시아에 한정돼 있다는 얘기다.

면세점 국산 화장품 매출 비중만 봐도 일본 45.7%(943억원), 중국 32.2%(665억원), 동남아시아 4.3%(88억원) 등 아시아 관광객에 의한 매출이 82.2%에 이른다.

이에 반해 면세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사는 미주권을 포함한 기타 지역 관광객을 모두 합쳐도 10.2%(72억9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제품의 경우에도 중간 가격의 기초 제품 위주다.

지난달 24일 제주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인 여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국 화장품은 기초 제품으로 51.5%를 차지했다.

주름을 완화하고 얼굴색을 밝혀주는 기능성 제품도 24%를 차지해 인기가 많았다. 반면 색조 제품을 사용한다는 답변은 10.9%에 그쳤다.

선호하는 제품 조사에서도 중고가인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1위 LG생활건강이 4위였다. 중저가인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이 2위와 3위를 차지해 중간 가격의 제품은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색조 화장품의 구매율도 높은 편이지만 중저가의 BB크림 등 특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몰려 있다.

아모레퍼시픽관계자는 "기초 위주의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맞지만 특히 중국의 경우 화장하는 인구가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점차 고가 제품과 색조 제품 등으로 판매 제품을 다양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huy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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