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학계와 의료계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끝내 무산됐다.

또 그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어린이키미테와 우루사200㎎ 등은 내년 3월부터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게 됐고, 위염약인 잔탁 등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은 28~29일 중앙약사심의위원 심의를 거쳐 전체의약품의 1.3%에 해당하는 총 504개 품목을 재분류한 '의약품 재분류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내년 3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중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약품은 262개다. 어린이 키미테 패취와 우루사정200㎎, 클린다마이신외용액제(여드름 치료제), 습진약 등이 포함됐다. 따라서 이들 약품은 앞으로 병·의원 처방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된 품목은 200개다. 전문의약품인 잔탁정 75㎎(속쓰림 치료), 아모롤핀염산염외용제(무좀 치료제) 등은 이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또 동시분류된 품목은 42개로 히알루론산나트륨 0.1%, 0.18%(인공눈물), 파모티딘 10㎎ 정제(속쓰림 치료), 락툴로오즈(변비) 등은 효능·효과에 따라 병·의원 처방 또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월7일 발표한 최초 분류안과 달리 히알루론산나트륨 0.3%는 저농도 투여 후 효과가 불충분하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문약으로 유지키로 했다.

사전피임약과 긴급피임약도 최초 안과는 달리 각각 일반약과 전문약으로 지금처럼 유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피임약의 경우 중앙약심에서도 과학적으로는 사전피임약은 전문약으로, 긴급피임약은 일반약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나 그간의 사용관행과 사회·문화적 여건 등을 고려해 현 분류체계를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향후 3년간 피임약 사용실태 및 부작용 등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하고, 여성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 보완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모든 사전피임약 구입자에게 약국에서 복용법,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이 적힌 복약안내서를 반드시 제공하고, 피임약 대중매체 광고에 복용시 병·의원 진료, 상담이 필요함을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피임약 복용시 산부인과 전문 진료를 받도록 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보건소 포괄보조사업 및 제약회사와 연계를 통해 한시적(3년)으로 처방전을 소지한 여성에게 보건소를 통해 피임약 무료 또는 실비 지원을 추진한다.

긴급피임약에 대해서는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에는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야간진료 의료기관 및 응급실에서 심야(오후 10시~새벽 6시)나 휴일에 당일분에 한해 원내조제를 허용하고, 보건소에서 의사 진료 후 긴급피임약을 신속하게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성폭력상담소, 청소년상담기관, 학교보건실 등에서 긴급피임약이 필요할 경우에는 연계된 의료기관 또는 응급실을 통한 진료·투약을 안내한다. 국가검진제도 개편과 연계해 청소년기 여성 건강관리에 필요한 검진 실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복지부는 "향후 3년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의견수렴 결과와 중앙약심 건의사항 등을 반영해 이후 재논의할 예정"이라며 "피임약에 대해 제시된 사회적 의견을 반영해 마련된 보완대책을 관계부처 및 유관단체와 함께 책임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약품 재분류 전후를 비교하면 전문의약품은 56.2%에서 56.4%,일반의약품은 43.8%에서 43.6%로 비중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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