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서유정 기자 = 이달 초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에게 "선탠을 했다"고 발언해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또다시 오바마의 피부색과 관련된 발언을 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온라인판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리빛 얼굴색을 자랑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3일 이탈리아 아브루초주 라퀼라 지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바마와 나오미 캠벨처럼 선탠을 하는 것이 좋다"고 발언했다.

이후 그는 "오바마 당선인의 피부색에 조금 질투심을 느낀다"고 말하면서 그간 논란을 빚어왔던 인종 폄하 발언이 자신의 질투심에서 촉발된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7일 오바마 당선인과 전화상으로 장시간 동안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며 자신의 발언이 오바마와의 사이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젊고 잘 생겼으며 심지어 선탠까지 했다"고 말하면서 "오바마와 메드베데프가 협력을 잘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내에서는 "오바마 당선인에게 모욕적인 발언일 수 있다"며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미국과 유럽 언론들도 일제히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선탠 발언'을 보도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자신의 발언을 인종차별주의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해 오히려 '저능아'라고 비난하며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오바마가 '귀엽다'고 칭찬하는 발언이었다"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능아들"이라고 말했다.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이자 이탈리아 출신 모델인 칼라 브루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발언에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말하면서 "프랑스 시민권자가 되어 기쁘다"고 비아냥거렸다.

모발을 이식하고 성형수술에 대단한 관심과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과거에도 대중 앞에서 실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2005년 여성인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에 대해서도 말실수를 했다.

당시 그는 핀란드를 제치고 이탈리아가 유럽식품안전국(EFA)을 유치한 것을 자랑하면서 "난 아주 오래전부터 갈고 닦은 플레이보이 기술인 부드러운 속삭임을 이용해 그녀를 설득했다"고 말해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베를루스코니는 4명의 미녀를 여성장관으로 임명해 야당 측으로부터 "총리의 마초(남성우월주의자)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난 인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잊을만 하면 또다시 상상도 하지 못할 발언을 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외교 무대에서 앞으로 또 어떤 막말을 할지 오히려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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