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오후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02-2285-1318)'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전화는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알게된 남성들과 조건만남을 수차례 한 A양(17)을 보호하고 지원해달라는 경찰의 전화였다.
A양은 술에 취한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9월 집을 나와 PC방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거리에서 생활했다.
가출 당시 가지고 있던 돈도 바닥이 나고 잘 곳도 먹을 것도 마땅치 않았던 A양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A양은 거리생활을 하다 만난 또래 가출 청소년들과 함께 스마트폰 채팅으로 남성들과 수차례 조건만남을 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다.
결국 경찰에 붙잡힌 A양은 센터와 경찰의 도움으로 최근 청소년 임시보호소에 입소했다. A양은 현재 임시보호소의 도움을 받아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하고, 본격적인 심리 상담치료도 시작했다.
최근 위치정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채팅 앱이 단순히 의사소통의 공간을 넘어 불법 성매매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과거 인터넷채팅을 통해 이뤄지던 성매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 채팅 앱으로 옮겨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이용하려면 개인정보를 입력해 회원가입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채팅 앱들은 가입절차나 회원조건 등의 절차가 없다.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채팅 앱이 회원 가입절차가 없고,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보니 청소년들마저 성매매 창구로 이용하는데 있다.
실제 가출 10대 여성 4명 중 1명이 잘 곳과 먹을 것 등을 마련하기 위해 돈벌이 수단으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와 시민단체인 '유쾌한 섹슈얼리티 인권센터'와 함께 서울·경기 지역 쉼터 25곳에 있는 가출 10대 여성 1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또 가출한 뒤 돈을 벌어본 10대 여성 중 성 산업에 종사했거나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5.3%에 달했다. 이 중 조건만남(25.5%)이 가장 많았고, 노래방(10.6%), 보도방(9.6%)순으로 나타났다.
성매매를 한 계기는 '잘 곳이 없어서(44.2%)', '배가 고파서(30.2%)', '강요에 의해(30.2%)' 등이었다. 처음 성매매를 해 본 시기는 만 14∼17세(88.1%)가 가장 많았다.
실제 일부 채팅 앱에서는 가출 청소년들에게 유흥업소 취업 알선 등의 정보 교환은 물론 버젓이 미모의 여성 사진과 함께 성매매를 부추기는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채팅 앱에서 음란성 메시지나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제안해 신고하더라도 이용제한 등의 제재는 없다. 신고된 이용자가 앱을 삭제하면 기록도 지워지기 때문에 앱을 재설치할 경우 다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채팅 앱이 성매매 창구로 전락하고 있지만 문제는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고,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규가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채팅 앱을 통한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 규제장치를 마련하고 제도권 내에서 처벌 규정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이윤조 상담팀장은 "채팅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성매매와 관련된 단어나 문장 자체를 차단하는 등의 사전검열과 제한 장치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체의 자정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내에서 명확한 관련 규정을 만들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성매매가 불법이고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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