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연기 없는 사회(smoke free society)' 조성을 목표로 지정한 세계금연의 날이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담배의 해가 없는 세계를 만들자는 의미다.

한국의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2009년 기준 44.3%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그리스(46.3%)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성인 여성 흡연율은 7%에 불과하지만 남성만 놓고보면 세계적인 '골초 국가'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현재 흡연율은 12.1%로 나타났다. '2012 청소년 통계' 분석 결과다. 청소년 10명 중 1명은 흡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흡연 인구는 늘어나고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지만 흡연의 무서움은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 당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자신의 몸이 서서히 멍들어 간다는 걸 애써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금연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끼게 하는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흡연이 발생시키는 질환은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담배로 인해 대략 한해에 500만명이 암,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으로 사망한다.

흡연자의 50% 정도가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현재 우리 인류에게 발생하는 암 중 30~40%는 담배로 인한 암이다. 성인 흡연자는 담배로 인해 약 13년의 수명이 단축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30일 "담배 연기 속에 들어 있는 니코틴, 일산화탄소와 타르에 함유된 각종 유독성·발암물질로 인해 비흡연자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며 "일찍 질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 따르면 흡연자들은 피로를 더 자주 느끼고 피곤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감기에 자주 걸리고 잘 낮지 않으며 자주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성욕 감퇴가 조기에 오고 소화불량, 구강질환, 폐활량 감소 등에 시달린다.

흡연으로 인해 생기는 각종 질병도 상상을 초월한다.

담배연기 속은 각종 독성물질로 가득하다. 일산화탄소(연탄가스 중독 주요인), 시안화수소(청산가리), 돌루엔(산업용 용제), 우레탄(최면제로 사용), 이산화탄소(자동차 배기가스중에 있는 독성가스), 벤조피렌(발암물질) 등이 섞여있다.

DDT(살충제), 탈렌(좀약), 비소(흰개미의 독), 니코틴(살충제), 암모니아(바닥청소제), 디메틸니트로사민(발암물질), 아세톤(페인트 제거지) 등도 있다.

이같은 발암물질들이 인체에 심각한 질병들을 야기한다.

담배연기 속의 타르 등 유독성물질은 폐의 정화기능을 약화시켜 폐세포를 파괴하고 폐기능의 저하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폐기종, 기관지천식, 만성기관지염, 만성기도장애, 폐렴, 폐결핵, 독감 등이 대표적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호흡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25배 높다.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발병원인도 된다. 고혈압, 돌연사, 동맥경화, 부정맥, 심근경색증, 심장마비, 협심증 등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질환들이다. 흡연시 들여 마시는 일산화탄소는 혈관벽을 손상시키고 산소부족을 초래한다. 니코틴은 혈관을 축소시킨다.

경부암, 결장암, 구강암, 요도암, 췌장암, 후두암, 폐암, 대장암, 항문암… 등등. 각종 암도 무시할 수 없다. 담배연기 속에는 여러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전체 암 발생의 3분의 1이 흡연 때문이다. 특히 폐암환자 87%는 흡연에 의해 것이다.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보다 10배가량 더 높다.

성인병도 원인이 된다. 담배의 각종 유독 물질이 온몸에 퍼지면서 골다공증, 뇌경색, 뇌졸중, 당뇨병, 관절염, 피부노화, 백내장, 버거씨병, 불임증, 십이지궤장, 치매, 성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담배로 인한 질병은 흡연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간접흡연 또한 이같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집안이나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가족이나 직장동료에게도 치명적이다.

여성 폐암환자의 5분의 1이 남편의 흡연 탓이다. 남편이 흡연을 하면 아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50%나 높아진다. 또 흡연자의 배우자는 비흡연자의 배우자보다 폐암이나 후두암에 걸릴 위험이 약 35% 높다. 심장병에 걸릴 위험도 50% 더 높다.

부모가 담배를 피우는 집의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에 비해 급성호흡기 질환 감염률이 5.7배가 높고 폐암발생률도 2배나 높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담배는 자신의 생명을 서서히 파괴시킨다"며 "자신도 모르게 배우자와 자녀, 직장동료 등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연을 위해서는 잘 준비된 마음가짐과 전략이 필요하며 준비가 잘 될수록 성공 가능성을 높아진다"면서 "각종 표들과 금연일지를 직접 작성하고 점검하는 것은 금연을 성공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된다"고 덧붙였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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