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시스】노창현특파원 기자 = 바바라 앤 아터사 씨 부부는 매주 토요일 한가지 의식(?)을 한다. 구입한 야구카드를 개봉하는 것이다. 70년대부터 야구카드를 모아온 그들 부부는 어느날 야구카드속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긁어서 나오는 코드를 카드회사 웹사이트에 연결했더니 특별한 선물이 당첨됐다는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머리칼 한올이었다. “뭐야? 링컨? 우리는 뭔가 실수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사실이었다. 야구카드 판매회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이같은 깜짝선물 보너스를 무작위로 증정하는 것이다.

카드회사들은 그간 판촉을 위해 유명선수의 사인이나 경기유니폼과 볼, 헬멧, 배트 등을 기념품으로 제공했는데 급기야 역사적 인물들의 머리카락까지 확대하게 됐다. 플라스틱 케이스에 한오라기의 머리칼과 인물의 사진, 사인을 함께 넣은 특별한 기념품을 만든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야구카드회사 어퍼덱 사는 영국왕 조지 3세부터 마릴린 몬로에 이르기까지 망라한 인물들의 '머리카락 카드'를 판촉용품으로 제공한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10개의 머리카락 카드를 만들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부터 타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머리카락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낸 어퍼덱의 조 팔론 이사는 “아이템이 ‘너무 심한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우리는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수개월 후 2차로 머리카락 카드를 출시했다. 존 F.케네디와 재키 케네디의 머리카락을 포함, 140명의 인물카드였다.

또다른 카드회사인 톱스 사의 클레이 루라시 씨는 “야구는 팝문화이자 미국적인 문화다. 이같은 비야구 상품들은 시너지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톱스사 역시 머리카락 카드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DNA카드’라는 이름으로 베토벤과 찰스 디킨스 등 역사속의 인물 12명 이상의 머리카락 카드를 출시했다. 이 중 유일하게 포함된 야구 인물은 베이브 루스였다.

도대체 이 머리카락과 인물들의 자필 사인 등은 어디서 조달되는 것일까. 자필연구가이자 머리카락 수집가인 존 렌지코프가 주인공이다. 그는 100명 이상의 역사인물들의 머리카락과 자필 등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80년대말 유명인사 50명의 머리카락 콜렉션을 얻게 된 것을 계기로 머리카락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카드회사들은 머리카락 카드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비즈니스를 견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올해 카드회사들의 매출은 2억2500만달러로 15년전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카드의 종류가 많아지고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되면서 수집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취미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병폐가 생겼다. 20세기 초 피츠버그의 유격수 카드를 8년전 100만달러에 팔았던 시카고의 수집가 마이크 키드위츠는 “카드를 싸고 단순하게 만들어서 어린 야구팬들이 쉽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이들은 머리카락 카드의 진위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코네티컷 댄버리의 호텔 직원인 앤디 팰터 씨는 73년부터 84년까지 모은 야구카드를 은행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그는 “내가 카드 상자를 개봉했더니 베이브 루스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치자, 대체 그걸 어떻게 진짜라고 믿을 수 있겠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머리카락 수집가인 레즈니코프 씨도 가짜의 개연성에 대해선 인정한다. DNA 검사를 하기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확보한 각종 서류를 통해 최대한 진품이라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가령 링컨의 머리카락은 숨을 거두던 당시 옆을 지키던 의사의 아들이 쓴 책에 “링컨 부인이 아버지에게 선물로 준 링컨 대통령의 머리카락들을 보관하게 됐다”는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 마릴린 몬로의 경우 매장을 준비할 때 자른 머리를 당시 장례를 맡은 장의사가 공증한 것이기도 하다.

고인의 이미지를 상품화하는데 따른 권리의 문제도 제기된다. 샌프란시스코의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제프리 블레치 씨는 “통상 고인과 관련한 권리는 사후 10~100년까지 다양하게 나눠진다”면서 “머리카락의 경우 함께 들어 있는 다른 카드를 팔기 위해 고인의 이름을 이용한다면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머리카락 카드가 경매에 등장하고 있지만 다 값이 나가는 것은 아니다. 플로리다 쿠퍼시티의 수집가 마리오 알레잔드로(28) 씨는 최근 재키 케네디의 머리카락 이베이에서 201달러에 팔고 나서 “정말 충격이었다. 경제가 나아지면 좀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링컨 대통령의 머리카락 카드를 운좋게 거머쥔 아터사 씨는 이 카드를 이베이에 3만달러에 올려 지난주 2만4000달러에 팔 수 있었다. 그녀는 수익금의 일부를 암연구재단에 기부할 것이라면서 “남은 돈은 글쎄요, 카드나 더 살까 봐요”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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