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증거로 혐의 입증할 증거 충분하면 유죄"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기택)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김모씨(42)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1994년 4월 평소 바람을 피우면서 어머니에게 이혼을 강요하고 폭행하는 아버지(당시 64)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던 중 단 둘이 남게 되자 말다툼 끝에 흉기로 목을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시체를 자신의 방 벽장에 보관하다 날이 더워 시체가 썩자 토막 내 철거 공사중이던 인근 주택에 버리고 가족들에게는 아버지 김씨가 가출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아버지 김씨의 옷이 집에 그대로 있고 아들 김씨의 방에서 썩는 냄새 및 벌레 등이 나오는 데다 거실 벽에 핏자국도 있어 아버지 김씨가 살해당한 것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아들 김씨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범행 약 1년 뒤 가족들 및 교회 목사, 정신과 의사, 친한 친구들에게 범행사실을 털어놓고 절에 찾아가 아버지의 제사도 지냈다.
그러나 김씨는 그 이후로도 약 13년 동안이나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술에 의존해 폐인 생활을 계속하며 재산을 탕진, 가족들을 괴롭히던 중 수사가 시작돼 결국 구속됐다.
재판부는 "살인죄처럼 무거운 범죄도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다"며 "가족들 및 지인들의 진술과 김씨 본인의 일관된 진술, 정황에 비춰 토막살해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 3월 대전고법도 아내를 살해했지만 시신을 찾을 수 없고 범행도 부인하는 남편 A씨(61)에 대해 "시체가 발견되지 않고 피고인이 범행 전체를 부인한다고 해도 정황상 살인으로 볼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3월 동거녀와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거녀의 언니를 살해한 한모씨(54)에 대한 상고심에서 "정황상 살인의 개연성이 커도 시신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파기환송했다.
법원 관계자는 "간접증거라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면 유죄로 볼 수 있다"며 "법리적인 판단에 따른 판결이지만 이론에서 말하는 기준이 조금 추상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