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시스】노창현특파원 기자 = 한국인을 비롯 아시안들이 자녀교육에는 관심이 많지만 학부모회 등 학교조직과 행사에는 관심이 없다고 뉴욕타임스가 1면에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29면에 최근 뉴욕거주 한인들의 명문학군으로 부상한 롱아일랜드 지역의 고교에서 “지난 10년간 한인 등 아시아계 학생들이 크게 늘어났지만 학부모와 교사간 조직인 'PTA(Parent Teacher Association)' 참여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매년 우수학생들이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제리코 고교의 경우 PTA 등 학내 행사 참여가 저조해 학부모들이 참여가 늘어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 학교의 오케스트라 연주회에는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띈다. 이 학교의 아시안 비중은 30%지만 90명 오케스트라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입시에 예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시아계의 관심이 많은 결과이지만 막상 이들이 연주회를 할 때 청중들의 대부분은 백인계였다. 자녀들만 잘하면 된다는 아시아계 학부모들의 인식 때문이다.

본래 이 학교 재학생은 이탈리아계와 유태계가 대부분으로 전통적인 명문고로 알려졌다. 우수학교라는 소문이 나면서 아시아계가 많이 유입됐지만 학부모들의 관심은 저조하다. 아시아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문제가 있을때만 학교를 찾는 경우가 많다.

한국서 이민온 소피아 배(38) 씨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잘하는데 내가 왜 학교에 와?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4년전 퀸스에서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만 해도 PTA에 참여하는게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다른 한인학부모들이 PTA에 참여토록 하고 기금 마련을 위해 프레젤을 파는 행사에도 함께 할 것을 권유한다. 배 씨는 “한인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제리코와 같이 뉴욕 외곽에 있는 학교들은 부모들이 학교행사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무료영어교실과 다문화위원회 같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또 중국계 부모들에게 유태계 소녀들의 성년식인 ‘미쯔바’에 참석할 때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가져오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PTA가 소수계 부모들을 가급적 많이 모아서 리더십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타임스는 아시아계 부모들이 학교에 전화할 때는 중간성적표에 자녀가 ‘우수(Exceleent)’ 대신 ‘양호(Satisfactory)'를 받아 올 때나 선물들이 자선재단에 기부되는 크리스마스때 상담교사에게 고급 고디바 초콜렛을 선물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고 비꼬았다.

아시아계는 학업성적을 잘 받는 것이 학교활동의 전부로 생각하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면서 영어구사의 어려움을 갖는 이들이 학기초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교과과정을 설명하는 ‘백투스쿨 나이트’와 기금마련 판매활동, 풋볼 게임 등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국계 엄마는 “PTA가 유태계 엄마들이 중심이 돼 있어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두 딸의 엄마인 이메이 퀴(37) 씨는 이번 학기에 영어교실에 등록했지만 PTA에 끼는 것이 부담스럽고 담임선생에게 전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녀는 “내가 중국에서 학교 다닐 때 우리 부모님은 일년에 두 번만 학교에 왔다. 그것도 학교성적을 알려주려고 선생님이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중국 TV 의 전직 앵커였던 퀴 씨는 “우리는 선생님으로부터 말씀을 듣는데 익숙하다. 우리는 선생님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으며 그걸 방해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헨리 그리쉬맨 교육감은 “학교 행사에 부모들이 참여하는 것은 자녀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학교생활을 원활하게 하고 나아가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 행사가 열리는 날 밤에 주차장이 비고 복도에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제리코 고교 졸업생중 13%가 아이비 리그를 지원하는 등 제리코가 잘 나가는 이유는 학무모 참여가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았기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어반의 슈완 왕 디렉터는 “대만과 중국,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대학입시에서 시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시험을 중시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에 와서도 교육을 등급이나 시험성적, 대학입학숫자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씨는 처음 자녀 3명이 이곳 학교에 전학했을 때 크로스컨트리 팀을 위해 스파게티 저녁식사를 만들던 때를 회상하면서 “그때는 그게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는데 학교가 이민가정과 커뮤니티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계는 부모가 맞벌이를 많이 하기때문에 학교행사 참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제리코 고교 2학년 저스틴 박 군은 첼로를 켠다. 컴퓨터 컨설턴트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박 군의 부모는 대학진학에 필요한 활동에 적극적이다. 가령 줄리아드 음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는 한번도 빠진 일이 없다. 그러나 학교 콘서트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 학교에서 아침에 마련한 영어클래스 3개중 2개는 일을 하지 않는 12명의 중국계와 한국계 엄마들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언어문제와 문화적 장벽 때문에 따로 떨어져 안는다.

아들 제이슨을 2년전 유치원에 넣은 데보라 리(42) 씨는 아들의 학교에 가는게 두렵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번은 독서 프로젝트 반에 갔지만 학교 사무실에서 사전에 등록해야 하는 것을 몰라서 헤매기도 했다.

그녀는 다문화 위원회에 합류해 아이가 친구와 ‘노는 약속(Play-date)’을 할 때와 미쯔바 참가 에티켓을 배웠다.

제리코 PTA의 낸시 와이스 회장은 많은 아시아 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서로 통역을 해주는 등 차별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는 “어느 특정한 그룹이 주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소피아 배 씨는 얼마전 영어클래스에서 다른 아시아계 엄마들과 미국 아이들이 흔히 문자메시지로 쓰는 'jk(Just Kidding)'와 ‘tmi(Too Much Information)', 'ctpir(Can't Talk: Parent in Room)' 등 약어들을 공부했다.

대만출신의 에일린 우(49) 씨는 “아이들에게 문자메시지 약어들을 말해줬더니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고 놀라더라. 그래서 아는 체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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