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정부가 일괄 약가인하안을 기존의 발표에서 큰 틀의 변화 없이 내달 1일 입법예고 한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모든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의 가격이 오리지널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일괄인하되고 계단식 약가 산정방식도 폐지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12일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제약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약가제도 개편을 위한 세부규정(고시)을 다음달 1일 입안예고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약가고시는 지난 8월 발표한 약가인하 방안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신약 연구개발(R&D) 촉진을 위한 사항을 최대한 반영,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제약 산업의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는 우선 기존에 동일 성분 의약품임에도 건강보험에 등재한 순서에 따라 약품 가격을 차등 결정하던 '계단식 약가 산정방식'을 폐지하고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보험 상한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현재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약값은 최초 오리지널(특허 보호 당시)의 80%, 첫 제네릭(복제약)은 최초 오리지널의 68%를 약값(상한가격)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이를 53.55%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첫 복제약 등재 후 1년간은 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빠른 제네릭 등재를 유도하기 위해 상한선을 특허만료 이전 신약 가격의 59.5∼7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만약 올해 특허가 만료되고 첫 복제약이 등재되면 신약의 상한가격은 특허만료 이전의 70%선으로 내려간다. 이때 등재된 제네릭의 상한가격은 특허만료 이전 신약 가격의 59.5%선으로 정해진다.

또 이 상태로 1년이 지난 후에는 신약과 복제약의 상한가격이 동일하게 특허만료 이전 약값의 53.55%선으로 낮아진다.

또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차원에서는 단독등재 의약품, 퇴장방지 의약품, 기초수액제 등 약가 인하로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약 4700개 품목의 '필수의약품'은 인하대상에서 제외된다. 같은 성분을 3개사 이하가 생산하고 있는 경우 약가를 높게 책정키로 했다.

제약업계의 R&D 촉진을 위해 개량신약,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한 복제약과 원료합성 복제약 등도 약가 우대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존에 보험에 등재된 약도 내년 3월31일부터 상한가격이 특허만료 이전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일괄 인하된다.

계획대로 약가 인하가 진행되면 1만4000여개의 건강보험 등재 약 가운데 7500개(53%) 품목의 가격이 지금보다 평균 14% 인하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값 본인부담금이 5000억원, 건강보험 지출에서 1조2000억원 등 연간 1조7000억원(기등재의약품 목록 정비 포함 2조5000억원) 달하는 약값이 절감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관측이다.

정부가 제약업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함에 따라 가격 인하 대상 품목은 지난 8월 발표 당시 8776개에서 7500여개로 줄었다. 반면 약품비 절감액은 2조1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4000억원 줄었다.

이번 고시안은 다음달 1일 입법예고한 뒤 12월10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고시내용을 확정, 내년 1월 중 시행된다. 이에 따른 기등재약 인하 고시는 3월에 시행되고 실제 약가는 4월부터 인하된다.

한편 복지부는 그간 제약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온 리베이트 구조를 뿌리뽑기 위해 '보건의료계 대협약(MOU)' 체결을 올해 말까지 이끌어내기로 하고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이행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는 스스로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자정선언을 하고 리베이트에 대한 자율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는 요양기관의 대급지급 관행 개선, 수가체계 합리화 등 인센티브 제공과 리베이트 적발 시 급여 목록 삭제, 제공·수수자 퇴출 등 제재수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협약에 담겨있다.

자정 선언 이후에도 리베이트 관행이 적발되면 곧바로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최희주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주기를 바라지만 제약계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계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다만 자정 노력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은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전에 없었던 조치도 나올 수 있다. 필요하면 법령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R&D 투자 실적과 글로벌 진출 역량을 갖춘 제약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요건, R&D 지원 확대,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정보·인력 지원 강화 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제약산업 육성방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최 정책관은 "약가 인하의 큰 틀은 유지하되 제약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제약사들이 신규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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