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유명 삼계탕집은 오전 10시30분부터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식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어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 지자 줄은 150명으로 늘어나 주차장까지 행렬이 이어졌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시민들은 우산을 받아 쓰고 꿋꿋하게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렸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인 1시께도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직원들은 평소에 없던 무전기까지 준비해 손님들에게 자리를 안내해 줬다.
사장 장모(34)씨는 "초복 특수를 대비해 평소보다 삼계탕 재료를 더 준비했는데 모자랄까 걱정이 된다"며 "원래 비가 오고 날씨가 흐리면 손님이 줄어드는 데 평소보다 손님이 더 많이 온 편이다. 역시 복날은 복날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동료들과 함께 삼계탕 집을 찾은 일본인 하루 다나세(34)씨는 "가이드북에 이 집이 맛있다고 쓰여 있어 오게 됐는데 줄이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며 "한국 사람들이 더위 먹는 것을 대비해 삼계탕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교동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조모(37·여)씨는 "40분 정도 기다릴 생각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삼계탕은 점심값 치고는 비싼 감이 있지만 1년에 몇 번 없는 날이니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게 늘어난 줄에 몇몇은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고 한 시민은 30인분을 한꺼번에 포장해가기도 했다.
주부 정옥희(46·여)씨는 "친구가 이곳을 추천해 줘 경기 시흥에서 올라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 놀랐다"며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해야 겠다"며 아쉬워 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과 마포구 도화동의 삼계탕집도 이른 점심시간부터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복날 특수'를 누렸다.
사장 임모(65)씨는 "평일에는 삼계탕이 평균 50~60인분이 나가는데 오늘은 250인분이 나갔다"며 "복날이라 500인분을 준비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다는 손님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평소에 먹는 점심값보다는 좀 비싸더라도 몸보신을 해야한다며 아깝지 않다는 분위기다.
회사원 김혜원(28·여)씨는 "요즘 물가가 너무 오르고 삼계탕 가격도 비싼 편이라 평소 한끼 식사로 먹기엔 부담가는게 사실이지만 초복엔 역시 삼계탕이라 회사 동료들과 함께 왔다"며 "오래 기다릴 것 같아 점심시간을 앞당겨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에도 생닭과 대추, 찹쌀 등 삼계탕 재료를 사려는 주부들로 북적였다.
주부 김모(45·여)씨는 "삼계탕 가격이 많이 올라 식구 셋이 사 먹으면 5만원 가까이 나오는 데 직접 해 먹으려고 한다"며 "저녁때 아이들에게 끓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복 특수로 롯데마트의 이달 생닭 판매량은 전월대비 30.9%, 전년동기대비 20.3% 정도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생닭 450마리를 준비했는데 오픈한지 1시간 반만인 오전11시30분께 모두 동이 났다"며 "그 뒤로 하루 종일 닭을 팔지 못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각 경찰서도 직원들을 위해 무료로 삼계탕을 나눠주는 등 초복 분위기를 즐겼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구내식당은 삼계탕을 250명 분을 준비해 직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일반인들은 평소 구내식당 이용 요금인 3500원만 내면 먹을 수 있어 평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혜화경찰서 구내식당 역시 직원들을 위해 삼계탕을 200명 분을 준비했다. 11시30분부터 점심시간이 시작됐으나 1시간여만에 준비한 삼계탕이 모두 동이 났다. 경찰서 인근에서 근무하는 일반인들도 40~50명 정도 식사를 하고 갔다.
서대문경찰서 구내식당에서는 직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무료로 삼계탕을 나눠줬다. 평소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100~120명 정도지만 초복을 맞아 170명이 찾아 삼계탕을 먹으며 즐거워 했다.
한편 서울 시내 삼계탕 전문점들은 초복을 앞두고 지난달 1000~3000원 가량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반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은 1만3000~15000원대, 전복이나 산삼 삼계탕은 2만5000~3만5000원까지 책정됐다.
삼계탕이 '금계탕'으로 둔갑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30·여)씨는 "삼계탕을 먹고 싶긴 하지만 웬만한 곳은 1만원이 넘어 부담스럽다"며 "저녁때 동료들과 함께 반계탕이나 닭곰탕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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