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TV는 29일 김정일 장남 김정남과 접촉한 프랑스 의사가 김정일을 치료하기 위해 평양으로 향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날 이같이 확인됨에 따라 김정일 건강이상설과 그의 치료 의사를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후지 TV는 당시 프랑수와-사비에 루 신경외과의사(57)로 추정되는 사람이 평양행 에어차이나 비행기를 타는 장면을 보여줬었다.
이에 따라 후지 TV가 보도한 인물은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또 루 의사가 김정일 치료를 위해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루 의사는 그러나 이같은 '비밀 임무'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30일 베이징에서 AP통신과의 전화통화를 갖고 "TV 보도장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루는 "이번 베이징 방문 목적은 뇌전문의들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평양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은 통상 북한으로 가기 중간 거점으로 알려져 있어 그가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평양으로 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설이 나돌았다.
루는 "만약 북한 당국에 의해 김정일을 치료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으면 이와 관련해 십중팔구 밝힐 수 없을 것"이라면서 " 그러나 이번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루는 1867년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세워진 파리 소재 생트-안느 병원의 뇌신경외과 과장을 맡고 있으며, 이 병원은 뇌과학과 정신의학 전문 병원이다.
루는 "북한 당국과의 연락은 10년 이상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평양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때는 올 4월로 훈련과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왜 15년 전에 북한이 나를 접촉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게 없다"며 "나에게도 이게 늘 다소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파리 소재 북한의 유네스코(UNESCO) 임무에 이용되는 차량에 타 프랑스 드골공항으로 갔다는 후지 TV의 지난주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했다.
루는 이와 관련, "북한 측에서 누군가를 데리러 왔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친절히 나를 공항으로 데려다 주면 도움이 될 것인지를 물어봤다. 이는 내가 그들과 정기적인 접촉을 해왔고 2, 3일 전에 한명의 한국인(a Korean)을 진료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한국인은 진료차 일 년에 한번씩 프랑스에 오는 환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한국인이 지도자(김정일)의 아들 중 하나일 것이라는 보도기사를 읽었다. 솔직히 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밝혔다.
루는 "많은 다른 한국인처럼 이 환자도 김이란 성을 갖고 있었으나 그가 김정일 아들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다"며 "이 환자와 김정일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루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들 모두 김이라고 불린다. 그들은 매우 비밀리에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후지 TV는 루 전문의가 지난 24일 베이징 국제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29일 보도했다.
후지 TV는 베이징 국제공항 내 통로를 걷고 있는 루 전문의의 모습을 방영하며, 그가 지난 8월에도 평양을 방문해김 위원장의 치료를 담당했던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치료를 위해 평양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생트-안느 병원측은 그러나 이같은 보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지TV는 27일에도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주목 받고 있는 김정남이 파리를 방문, 뇌신경외과 전문의를 만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방송은 김정남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파리 시내 병원의 뇌신경외과 병동에 들어갔으며 2시간 가량이 흐른 후 병원에서 나온 것을 방영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