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이집트 군부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에도 시위를 계속한 시위대를 체포한 후 여성 시위대원들에 대해 처녀성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이집트 여성들이 격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 메일이 31일 보도했다.

이집트 군의 한 고위 장성은 이날 체포된 여성 시위대원에 대해 처녀성 검사를 실시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이는 군이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옹호했다.

이 장성은 "우리는 군이 체포된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이들이 처녀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고 처녀성 검사를 실시했다. 실제로 체포된 여성들 가운데 처녀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체포된 여성들은 타흐리르 광장에서 남성들과 한 텐트를 사용했다. 이들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보통 여성들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집트 시위단체들은 군부가 이집트의 치안을 회복하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이집트이 미래를 위한 거국적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집트 군이 체포된 여성 시위대원들에 대해 처녀성 검사를 실시한 것은 지난 3월9일 타흐리르 광장에서 체포된 17명의 여성 시위대원 중 한 명인 살와 알-후세이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알-후세이니는 군인들이 자신들을 매춘부라고 비난하면서 한 방으로 끌고 가 옷을 모두 벗긴 후 처녀성 검사를 실시했으며 그 과정을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밝혔었다.

이 같은 폭로에 국제사면위(AI)는 조사에 나섰고 모두 18명의 여성들이 군인들로부터 알몸으로 처녀성 검사를 받았으며 일부는 군인들에 의해 구타를 당하고 전기 충격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사면위는 여성들에게 처녀성 검사를 실시한 것은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며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집트 군은 올해 안에 실시될 선거 이후 권력을 민간에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집트 일각에서는 군부가 무바라크 전 대통령 때와 똑같은 압제정책을 택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군부에 대한 비난 자체를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군의 목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 군 검찰은 31일에도 군부를 비난한 블로거 한 명과 기자 4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아랍인권정보네트워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집트 군부가 침묵을 강요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네트워크는 이어 비판 세력을 입을 다물게 하려는 것은 큰 실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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