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포르투갈)=뉴시스】이진례 기자 김보람 인턴기자 =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포르투갈로 향하는 전용기 객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가톨릭 성직자 성추문 사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기자들에게 성추문에 연루된 성직자들을 언급하며 "용서가 정의를 대신할 수 없다"며 "가톨릭교회는 외부로부터의 위협뿐만 아니라 교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들로 인한 내부적으로 큰 고통을 격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가톨릭 성직자가 연관된 성추문이 유럽전역으로 확산되자 교회 내부 서신을 통해, 이를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한 차례 경고한 바 있으나 언론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추행 피해자 가족들은 그동안 교황청이 말 대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주기를 고대하며 관련 성직자들의 파면 및 처벌을 요구했으나, 교황청과 교황은 미온적인 태토를 보여 언론 및 여론의 지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로마 가톨릭교회에 정통한 칼럼리스트인 존 앨런은 "교황의 이번 발언은 앞으로 변화를 보일 바티칸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며 교황이 빠른 시일 내에 성추문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주교는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발언이 지금까지 교황청이 견지해온 태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교황은 아일랜드 가톨릭교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와 같은 우려를 표한 바 있고, 이번 발언은 교황이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는 12일 포르투갈 중부 파티마 성모 성지를 시작으로 리스본과 포르토 등을 순방할 예정이다. 그의 포르투갈 방문은 교황 취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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