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술 중에 하나가 바로 소주다. 대한주류공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소주는 1상자(360㎖ 30병) 기준으로 5791만8000상자가 팔렸다. 이를 우리나라 인구수 (4845만명, 2007년 통계청추계)로 나누면 상반기에만 국민 1인당 36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다.

이처럼 많이 팔리고 또 많이 마시는 소주이지만 의외로 소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꽤 많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소주, 바로 그 소주에 대해 잘못 알려진 편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소주는 밑둥을 쳐서 따야 제 맛?

1980년대 이전에는 소주 뚜껑으로 코르크 마개를 사용했다. 그래서 코르크 찌꺼기가 소주병에 떠 있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이것을 버리기 위해 술을 약간 버리는 습관이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주 밑둥을 쳐서 따는 습관도 찌꺼기가 위로 모이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지금까지도 간혹 소주 뚜껑을 열기 전 팔꿈치로 밑둥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생산되는 소주의 경우는 코르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

◇오래된 소주는 상한다?

막걸리나 맥주, 청주, 와인과 같은 발효주의 경우에는 기간이 오래되면 술이 변질되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따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주나 위스키 등의 증류주는 도수도 높고 변질될 소재가 술 안에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제품이 변질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통기한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국세청 기술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코올도수가 20도를 초과하는 제품은 변질되지 않는고 한다.

◇ 희석식 소주는 화학주?

소주에는 알코올을 물로 희석시킨 희석식 소주와 녹말이나 당분을 발표시킨 후 증류한 증류식 소주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이중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는 희석식 소주에 속한다. 그런데 일부에선 희석식 소주를 화학주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그룹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화학식이란 말은 촉매제 등을 이용해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술은 없다"며 "이 같은 오해는 희석식이란 단어의 어감 때문에 생긴 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효모를 발효시켜야만 술을 만들 수 있고 모든 소주는 곡물과 누룩을 발효시킨 후 증류해 빚기 때문에 화학반응을 통해 만드는 화학주가 절대 아니라는 설명이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감기가 낫는다?

소주가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소량의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

실제로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감기환자가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마셨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실험한 적이 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실험결과 한 두잔을 마셨을 때 분명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고추가루는 민간 처방의 하나에 불과할 뿐 의학적 근거는 없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소주를 마실 땐 물을 멀리해야?

가끔 소주를 마실 때 물을 함께 마시면 더 취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정반대다.

소주를 마시고 얼마나 취하는가는 소주의 주성분인 에틸 알코올이 위와 장에서 어느 정도 흡수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런데 물을 마시면 이 에틸 알코올의 농도가 낮아지므로 취기가 덜 오르게 된다. 또한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을 자주 보게 돼 소변을 통해 알코올이 빠져나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결국 소주를 마실 때 물을 많이 마셔 주면 오히려 덜 취하게 된다.

◇소주와 차(茶)는 궁합이 잘 맞는다?

한의학의 음양학 측면에서 볼 때 술은 매운 성질을 가졌으며 먼저 폐로 들어가는 상승의 역할을 하고, 차는 쓴 성질을 가졌으며 음에 속해 하강의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이에 따라 술을 마신 후 차를 마시면 술기운을 신장으로 보내 신장의 수분을 덥게 해 냉이 뭉치고 소변이 빈번해져 음위 대변건조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된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도 "음주 후 차를 마시면 신장에 손상을 입혀 허리, 다리가 무거워지며, 방광이 냉해지고 아프며, 단음, 부종 증상이 생긴다"라고 기술돼 있다.

현대의학에서도 술은 심혈관에 자극성이 크고 차는 심장을 흥분시키는 역할을 해 술과 차가 만나면 심장에 대한 자극이 매우 커진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소주와 차는 가급적 함께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소주+탄산음료=?, 소주+우유=?

사이다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소주에 섞어 마시면 감촉이 좋아지고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마시기 쉬워진다.

그러나 탄산음료는 위 속의 염산과 만나 탄산가스를 발생시키면서 위의 점막을 자극해 알코올을 빨리 흡수시킨다. 이 때문에 탄산음료와 소주를 섞게 되면 마시기는 쉽지만 빨리 취하게 된다.

반면 우유는 소주와 함께 섞어 마시거나 옆에 두고 자주 마셔도 좋다. 일반적으로 우유는 양주와 함께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양주 뿐만 아니라 모든 술에 있어서 우유는 물과 마찬가지로 탈수를 막아 주고 알코올 농도를 희석시켜 덜 취하게 해 준다.

특히 우유는 칼슘과 비타민B2가 들어 있는 양질의 단백질원이기 때문에 술을 우유로 희석해 마시면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소주 1병에 7.5잔은 상술?

한 잔에 어느 정도의 소주를 따르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360㎖ 소주 한병을 일반적인 소주잔에 따르다 보면 7잔 반 정도가 나오는게 보통이다.

일부에선 이를 소주 회사의 마케팅 전략 혹은 상술이라고 단정짓기도 한다. 모두들 똑같이 돌려 마신다고 가정할 때 두 명이든 일곱 명이든지 간에 0.5잔 내지는 1.5잔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병 더!"를 외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주 회사 측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하이트-진로 그룹 기업문화실 이규철 부장은 이에 대해 "1970년대까지만 해도 4홉들이(약720㎖)와 2홉들이(약360㎖) 술병이 소주에 가장 많이 쓰였지만 이후 용량이 큰 4홉들이 술병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며 "생산라인을 단일화시켜 병 제조 비용을 아끼고 재활용이 쉽도록 소주 업체들이 2홉들이 술병을 360㎖ 규격에 맞추기 시작하면서 지금과 같은 7.5잔짜리 소주 한 병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업계의 추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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